힐다 (Hilda, 2018)

넷플릭스에서 본 영국-캐나다 합작 애니메이션. 게임 ‘모뉴먼트 밸리’가 연상되는 음악, 귀여운 그림과 함께 힐다의 따듯한 마음씨와 용기가 느껴지는 감성적인 작품이다. 치유물과 일상물, 모험물의 중간 어디쯤 있는 듯한 요소도 많다.

배경은 자동차는 있지만 핸드폰과 인터넷이 없는 19세기 정도에 트롤과 유령, 요정들이 있는 환타지 설정이다. 거기에서 괴물들을 전혀 겁내지 않고 친구 삼는 특이한 주인공 힐다가 벌이는 모험 이야기이다. 단순한 옴니버스 구성이 아니라, 매 화마다 이야기는 달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연출이 훌륭하다.

캐릭터들도, 심지어 인간이 아닌 캐릭터들도 현실에 사람으로 있을 법한 캐릭터라서 현실성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관료주의에 서류에 집착하는 요정이라거나, 자신이 다른 거인보다 작다면서 피해망상이 있는 거인, 친구들을 괴롭히는 걸 자랑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외로운 마라 등등.

신비 아파트처럼 귀신이나 괴물과 대결해서 이기고, 자신의 부하나 결투용 카드로 삼는 것이 아닌, 서로 상호작용하는 개인으로 존중해주는 수준높은 작품. 그게 힐다였다.

시즌 2가 제작 중이라는데, 기대된다.

쥬만지: 새로운 세계 (Jumanji: Welcome to the Jungle, 2017) / 쥬만지: 넥스트 레벨 (Jumanji: The Next Level, 2019)

로빈 윌리암스의 1995년도 작품 쥬만지에서 소재만 빌려온 시리즈 영화. 쥬만지라는 이름만 같고 게임이 벌칙 보드게임에서 가상현실 콘솔게임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영화 진행은 전혀 다르다. 게임을 완료하기 전까지 탈출하지 못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배우들이 꽤 쟁쟁한데, 액션에 어울리는 드웨인 존슨, 멋지고 예쁜 카렌 길런, 개그 담당인 케빈 하트와 잭 블랙이다. 2편인 넥스트 레벨에서는 왕년의 유명 배우 대니 드비토와 대니 글로버까지 나온다.

캐릭터도 재미있고, 특수효과도 좋아서 전체적으로 보고 즐기기 무난한 영화인데, 95년도 쥬만지보다는 긴장감이 별로 안든다. 95년도 쥬만지는 생명이 1개인 현실 주인공들이 엉뚱한 벌칙으로 고통받는 영화이지만, 새 시리즈는 생명이 3개인 가상 캐릭터인데다 각자 특별한 능력까지 있어서, 난이도 높은 RPG게임을 해본 사람에게는 딱히 난이도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2편인 넥스트 레벨은 딱히 교훈도 없고, 1편을 그대로 반복한 것 같은 내용일 뿐이다. 인생 되돌아보는 대니 할아버지들만 추가 되었을 뿐.

새로운 세계는 별 3개, 넥스트 레벨은 별 2.5개.

ps. 마눌님은 무척 재미있게 보셨다고 한다. 특히 카렌 길런 예쁘다고 난리.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시즌2 후기

내가 악평을 했던 시즌1 보다는 훨씬 나았다.

‘특수한 항행기술을 개발해 특수전을 펼치는’ 것이 목표였던 디스커버리만 나오다보니 시즌1은 기존 스타트렉과는 전혀 따로 놀 수 밖에 없었다. 시즌2는 엔터프라이즈와 기존 스타트렉 인물들이 나오니 오리지널과 좀더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또한 전체 이야기도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고, 마지막에 대결전을 펼지는 식이라 좀더 이야기를 따라가기에도 수월했다. 추가 에피소드에 나오는 디스커버리호가 의식을 가지게 된 먼 미래의 이야기도 가볍게 볼 SF단편으로 삼기 충분했다. 너무 두꺼운 분장을 해서 연기가 어색한 클링곤이 적게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드는 건 그정도이고, 또 섹션31이냐? 요즘 스타트렉 작가들은 섹션31이랑 타임머신 빼면 이야기를 못만드나? 라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타임라인상 오리지널 스타트렉 이전의 상황인데 벌써 섹션31 타령이라니, 이건 뭐 로던베리가 무덤에서 일어나겠네. 물론 그것에 대항해 싸우는 것이 내용이지만, 이미 섹션 31이 스타플릿에서 큰 영향령과 독자 함선들을 가지고 있으니…

설정 충돌도 여전하다. 스폭이 지구인 의남매를 가지고 있다면 오리지널 초기에는 왜 그렇게 지구인의 생각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처럼 행동했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의식을 가진 AI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고 막기 어려운 것이라면, TNG의 데이터소령은 뭐가 되나 싶기도 하고.

게다가 여전히 여성 캐릭터에 편중된 진행은 어쩔 수가 없다. 남성 캐릭터가 나오기는 하지만, 시즌1에 있던 조연이거나, 오리지널 시리즈 캐릭터들, 혹은 악역 일뿐이다. 새롭게 부각시키는 남성 캐릭터는 전무하고, 이야기의 중심에는 항상 여성 캐릭터가 있다. 너무 노골적으로 그러니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볼 수 밖에.

ps.
시즌1에서 Lt. Cmdr. Airiam 이라는 사이보그 캐릭터를 연기한 Sara Mitich 라는 배우가 있는데, 얼굴 전체를 분장한게 아까울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더라. 그래서 그런지, 연기 분량 때문인지, 시즌2에서는 다른 배우가 Airiam 을 연기하고 Sara Mitich는 지나가거나 배경에 서 있는 장교(캐릭터 이름은 Lt. Nilsson)로 분장없는 얼굴이 자주 나온다.

투모로우랜드 (Tomorrowland, 2015)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처럼, 동명의 디즈니의 놀이기구에서 아이디어를 따 영화로 만든 작품. 넷플릭스에서 감상.

캐릭터들도 좋고, 배우도 좋고, 스팀펑크 같은 가상의 첨단 세계와 여러 음모론을 이용한 소재도 좋다. 그런데 그걸 엮어 나간 전개가 정말 놀이기구들 이어 놓은 것처럼 엉터리다. 여기서 볼거리 보고, 관계없는 걸 억지로 엮어서 다음 볼거리로 옮겨가는 느낌.

더군다나 주인공들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던 악당도 결국 보스를 만나자 ‘사이 나빠진 친구’ 수준이고, 사태의 해결도 상당히 뜬금 없고, 아테나의 희생도 뜬금없다.

70, 80년대 어린시절을 보낸 공돌이가 어렸을 때 한번쯤 그려 봤을 21세기를 영화에서 보고 싶을 경우에만 추천. 하지만 나는 그런 경우라서 별 3.5개는 준다.

ps.

아테나 역할을 했던 아역 배우 래피 캐시디가 머리를 뒤로 묶었을 때 모습이 무척 귀엽다.

클라우스 (Klaus, 2019)

넷플릭스에서 본 스페인 애니메이션. 산타클로스의 기원을 새롭게 해석해서 묘사한 작품이다.

금수저이지만 어쩔 수 없이 시골 우체부 역할을 해야 하는 게으른 주인공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클라우스라는 손재주 많은 노인을 이용하다가, 본인도, 클라우스도, 마을 사람들도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스토리 요약은 위키피디아를 참고 : https://ko.wikipedia.org/wiki/%ED%81%B4%EB%9D%BC%EC%9A%B0%EC%8A%A4_(%EC%98%81%ED%99%94)

이야기와 캐릭터, 주제, 재미, 유머를 모두 갖추고 있는 훌륭한 작품. 연속으로 두번이나 감상했다. 아마 내가 제일 재미있게 감상한 스페인 영상물이 아닐까? 찾아보니 이것저것 상도 많이 받은 듯. 미국 아카데미상은 후보에 머물렀지만.

내 별점은 5개 만점.

ps. 넷플릭스에 나온게 작년 말인데, 나오자 마자 봐놓고 1년만에 쓰는 후기이다.

러브, 데스 + 로봇 (Love, Death + Robots, 2019)

19금+SF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18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모아놓았는데, 모든 에피소드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아이디어가 좋거나, 생각하게 만들거나, 무섭거나, 웃기거나, 야하거나, 멋지거나 등등. 베스트 5를 꼽아 보려고 했지만 모두 마음에 들어 무척 어렵다.

  1. 독수리자리 너머
  2. 굿 헌팅
  3. 숨겨진 전쟁
  4. 행운의 13
  5. 아이스에이지

고르고 보니 나는 실사에 가까운 그림을 좋아하는 듯?

원래 시리즈물 애니메이션을 안보는 마눌님도 이 시리즈만은 만족하셨다. 다만 일부 에피소드(지마 블루, 해저의 밤, 목격자)는 너무 어렵다고.

넷플릭스 가입자는 꼭 감상하길 추천한다. 내 평가는 별 5개.

시즌2가 나올 예정이라는데, 기대된다.

범블비 (Bumblebee, 2018)

사춘기 소녀버전 ET. 그런데 외계인이 트랜스포머 범블비인 영화.

기존 빵빵 터트리기만 하고 복잡한 변신을 해대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와는 차별적인 영화이다. 인간 주인공을 위한 드라마가 제대로 있고, 트랜스포머 주인공도 하나라 제대로 집중이 된다. 트랜스포머 디자인도 기괴하고 복잡하기 보다는 좀 더 만화적이고 친근하다.

주인공 역의 헤일리 스타인펠드는 아빠를 잃고 방황하는 10대 소녀를 잘 연기했다. 주변 캐릭터들은 너무 가볍긴 한데 딱히 나쁘진 않았다. 액션은 기존 트랜스포머 만큼 많지는 않지만 액션 연출 자체는 괜찮았다. 범블비가 부족한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자동차로 변신해 가속한 뒤에 그걸로 공격한다던지 좀더 지능적이고 트랜스포머의 특성을 살리는 싸움을 한다는 점도 좋았다.

다만 약간 유치한 만화적인 진행이 많은데, 완전히 붙잡힌 상황에 적의 미사일을 뜯어서 적에게 박아 넣어 죽인다거나, 주인공 범블비는 수없이 치명상을 입는데 매번 회복된다거나(전기 충격으로 죽은 범블비를 되살리고, 물에 빠진 범블비에게 헤엄쳐 가자 범블비가 눈을 뜨고)하는 것들이 눈에 거슬린다.

어째튼 볼거리만 더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적절히 덜어낸 영화도 좋은 듯.

내 평가는 별 4개.

언더 워터 (The Shallows, 2016)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인 ‘조스’에서 맨처음 희생되는 여성이 만약 주인공이라면? 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상어 영화. 여성+상어+머리쓰기 생존+풍경감상 영화. 넷플릭스에서 감상.

번역 제목이 비슷한 영화가 있는데, 띄어 쓰기 없는 ‘언더워터’는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삭발하고 나온 영화이고, 이 영화는 띄어 쓰기를 한 ‘언더 워터’이다.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혼자 단독출연 하는 것에 가까운 영화이다. 혼자 상어 만나고 개고생하다가 상어와 싸워 이긴다. 사람들이 조금 나오긴 하는데 거의 엑스트라나 상어먹이 수준. 등장시간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조연은 갈매기(주인공이 스티븐 시걸이라고 이름 붙였다….)이다. 이 갈매기가 캐스트어웨이의 배구공 윌슨 역할.

맑은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좋고 1시간 반이 안되는 짧은 러닝타임으로 질질 끌지 않아서 좋다. 다만 조금은 뻔하다.

별 3.5개.

사탄의 베이비시터 (The Babysitter, 2017)

사마라 위빙의 매력을 알기 좋은 영화. 넷플릭스에서 감상.

영화 자체는 공포물+나홀로 집이 기본 틀이다. 여기에 어린 소년의 첫사랑 대상인 미모의 베이비시터(사마라 위빙)이 악의 근원이라는 참신한 설정. 그 베이비시터가 그럴만도 한게, 섹시하지, 귀엽지, 게다가 온갖 영화와 SF 설정을 다 알고 있어서 너드 소년과 말이 척척 통한다 ㅋ 그만큼 그녀의 실체가 드러나자 크 충격은 ㅋㅋㅋ

이 영화의 대부분의 죽음은 소년의 도망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이 때 미리 깔아놨던 떡밥을 회수하는 솜씨도 훌륭. 여러모로 공포+코메디+소프트한 19금+피의 향연인 영화. 질질 끌지 않는 짧은 러닝 타임까지. 볼만한 영화다.

내 평점은 별 4개반.

ps. 최고의 우주선 승무원들 조합에서 주인공의 말에 너무 공감. 데이터 소령이 당연히 있어야지.

올드 가드(The Old Guard, 2020)

샤를리즈 테론이 주인공인 넷플릭스 영화.

울버린이나 데드풀과 비슷한 힐링팩터를 가진 주인공들이 용병일을 하다 겪는 일을 다룬 액션 영화이다. 힐링 팩터를 가진 불멸자가 나오는 작품의 뻔한 클리세들이 나온다. 수많은 역사에서 등장한다거나, 주인공이 인간세상 따위 관심없다면서도 아이를 구하려 하는 등 착하다거나, 상처 치유능력을 이용해 전투하거나, 불멸을 노리는 자들에게 노려진다거나, 과거에 마녀로 오해받아 각종 사형을 당한다거나, 신으로 추앙받기도 했다거나 등등.

문제는 그 소재과 캐릭터를 연출에서 다 못 살린다. 뻔히 예상 가능한 전개 + 애매하지만 볼만한 정도의 액션이 반복되고, 2편이 나올것을 암시하며 어중간하게 끝난다. 캐릭터들도 나름 자기들의 고민들이 있는데, 그것도 딱히 신선하지를 않다. 전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힘들어서 그랬어’ 수준.

주인공이 아니라 그 주인공을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의 매력이 9할인 영화. 여러모로 익스트렉션과 비슷하다. 넷플릭스에서 일부러 이렇게 만드나?

별 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