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극한을 다룬 소설은 없을걸? 타우 제로 (Tau Zero, 1970)

타우제로 – 폴 앤더슨 / 천승세 역 / (주)나경문화 / 1992년 초판 / 5,600원
표지에서 포스가 느껴지는가? ^^;

항공기 엔진중에 램제트 엔진이라는게 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의 제트엔진이란 압축기를 이용해 공기를 압축하고, 거기에 연료를 분사해서 폭발시킨 힘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하지만 일정 속력 이상의 고속 비행을 하면 공기의 압력덕분에 압축기가 없어도 엔진 앞부분에서 공기 압축이 일어나고, 거기에 바로 연료를 분사해 폭발시킬수 있다. 그 현상을 이용해 압축기가 없는 제트엔진이 바로 램제트 엔진이다.

바사드 램제트 엔진이라는 개념도 있다. 별과 별 사이를 이동하는 우주선은 수소를 핵융합해야 할정도로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수소가 필요하고, 그러면 더 큰 엔진이 필요하고, 더 큰 엔진은 더 많은 수소가 필요한 모순이 생긴다. 바사드 램제트 엔진이란, 일정 속력 이상의 고속 비행하는 우주선이 우주공간에 미세하게 흩어져 있는 수소를 거대한 수집장치로 모아서 압축하여 핵융합에 이용하는 엔진이다. 이룰수만 있다면 연료를 싣지 않고도 무한히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수 있는 꿈의 엔진이다. 로버트 W 바사드라는 물리학자가 생각해냈고, 속력을 이용해 기체를 모아서 사용하는것이 램제트 엔진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타우제로는 그 바사드 램제트 엔진을 장착한 ‘레오노라 클리스티네’라는 이름의 우주 식민지 건설을 위한 우주선 이야기이다. 이 우주선은 최고의 승무원들과 기술자들, 과학자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33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베타성계를 향해 날아간다. 만약 도착해서 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조건을 갖추면 지구로 돌아오지 않고 거기에서 자손을 번식시켜 제2의 지구를 꾸미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우주선에는 남녀 각각 25명씩, 총 50명이 탑승해있다.


이 별이다. 어라, Stellarium에는 35.55광년으로 나오네…

레오노라 클리스티네는 램제트 엔진을 이용해 광속을 향해 가속해 가며 우주선 내 시간으로 5년후에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년후 발견하지 못한 작은 성운과 충돌하게 되고, 우주선의 감속장치가 고장난다. 감속 장치를 고치지 못하면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멈출수 없지만, 감속 장치를 고치려면 수소를 수집하는 보호역장을 끄고 선외로 나가야 한다. 그러나 보호역장을 끄면 우주에 떠 있는 분자들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해 우주선과 사람들은 순식간에 증발하게 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게 된 레오노라 클리스티네호는 은하계를 돌아 더욱더 가속을 계속하며 진로를 4천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국부 은하군으로 바꿔 완벽한 진공상태인 우주공간을 찾기 위해 방황하게 된다. 그러나 우주선의 시간으로 몇년, 우주시간으로 몇천만년후에 도착한 그곳은 그다지 진공상태가 아니었다. 우주선은 더욱 진공인 곳을 찾아 초은하단과 그 사이의 빈공간들을 찾아가 거의 백억년후 역추진 장치를 수리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광속에 너무 가까워진 우주선은 우주선 앞에 존재하는 물질로는 충분히 감속을 할수 없게 된다. (초은하단의 물질만으로는 약간의 속도를 줄인채 다음의 빈공간에 들어가게 되고, 약간 감속된 상태로는 그 거대한 빈공간에서는 다음 초은하단까지 도달하려면 선내 시간으로 몇백년이 흐르게 되니 감속을 시작할수 없는 것이다. -_- 아 설명하기 어려워) 결국 우주선은 이번엔 반대로 물질이 더 풍부한 곳을 찾아 방황하게 되고 우주의 시간으로 수백억년이 흐른다. 그리고 우주는 수명을 다해 팽창을 멈추고 수축을 시작하게 된다. ‘레오노라 클리스티네’호는 우주가 수축을 해 다시 빅뱅을 일으키는 천지창조의 순간에 겨우 감속을 시작하게 되며, 새로 생성된 우주에서 안식처가 될 행성을 발견해 정착하게 된다.

이 정도로 소설의 내용을 정리해도 머리속이 지끈거리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러한 우주선의 항행이야기는 소설의 1/3도 되지 않는다.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우주선내 50명의 인원이 가망없는 무한한 우주비행(속도에 의해 우주에서 격리되어 다른 시간흐름속에서 살게 되며, 지구는 이미 멸망하고 사라졌을 시간에도 멈추지 못하고 약속된 종착지 없이 달려나아가야 하는)에서 어떻게 갈등하고, 방황하고, 절망하고, 의지하고, 사랑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우주선내에서 보안 담당인 레이몬트이며, 갈등이 더욱 커지는 후반부가 될수록 우주선내에서 정신적 지주가 되어간다. 우주선은 절대적인 민주주의 사회이나 위기가 닥칠때마다 레이몬트는 독재나 전체주의적 요소를 살짝 도입했다(이부분은 개인적으로 좀 마음에 안들기도 한다) 풀어주는 식으로 자신에게 미움을 향하도록 해 다른 사람들의 정신적 긴장을 유지시킨다. 이 소설의 다른 요소는 사랑이다. 인류의 새로운 식민지를 위해 50명밖에 안되는 남녀는 완전하게 유전자를 공유해야 하고, 그것은 결혼같은 종속적인 개념이 아닌 프리섹스를 의미한다. 그런 상태에서의 사랑과 갈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뭐 지극히 미국적인 소설이랄까.

타우제로는 폴 앤더슨의 대표적인 ‘하드SF’로 꼽히는 소설이다. 폴 앤더슨은 일반인에게 쉽게 다가갈수 있는 소재, 독창적이고 재치있는 주제, 과학적으로 세밀한 표현의 소설을 많이 썼다.(본인이 SF를 늦게 접한 물리학자라서 그런것일지도)그의 작품은 단순 코믹 SF에서 어려운 하드 SF까지 범위도 참 넓다. 시간여행의 모순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타임패트롤 같은건 나중에 여러 매체에서 그의 아이디어를 우려먹었다.

타우제로는 현대 우주에 대한 이론을 집대성한 소설이기도 하다. 바사드 램제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항성의 노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우주, 빅뱅, 물질과 반물질등에 대한 수많은 이론이 소설에 녹아있다. 소설이 집필될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은 초은하단과 그 사이의 빈공간인 보이드에 대해서도 클란과 암흑공간이라는 식으로 소설에 예측되어 있어 읽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정작 바사드 램제트에 필요한 수소의 밀도나 바사드 램제트의 광속까지의 가속능력에 대해서는 현재 점차 비관적인 연구만 나오고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주선이 중간에 3G로 가속할때 실내에 필요한 1G말고 나머지 2G를 어떻게 없앴는지는 아주 두리뭉실 설명하고 넘어가는 등 논리적인 아쉬움도 있다.

ps.
레오노라 클리스티네
는 17세기 덴마크의 공주의 이름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오랜기간 감금 상태에서 버틴걸로 유명하다고 한다. 우주선에 이 이름을 붙인것은 등장인물들이 광속항행상태에서 오랜기간 감옥에 수감된듯한 인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ps.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다. 간단하게 필요한 것만 이야기 하자면, 우주선이 광속에 접근할수록 우주선의 질량은 늘어나고, 우주선 내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하지만 질량은 무한대가 될수 없고, 질량이 무거워질수록 가속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우주선은 광속에 무한히 접근할수 있지만 광속과 같아질 수는 없다.

ps.
제목에서의 타우는 소설내에서 쓰인 개념으로, v(속도)의 제곱을 c(광속)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1을 뺀다음, 그것을 제곱근을 한 값이다. 쉽게 말해 타우가 100분의 1이면, 우주선이 100광년을 이동하는 동안 내부 탑승자는 1년이 지난것으로 느낀다. 우주선의 속도가 광속에 무한히 접근할수록 타우는 무한히 0에 접근한다. 즉, 타우 제로란 광속,극한을 뜻한다.

ps.
나는 이 책을 고1때 사 읽었다. 나름대로 과학소년이었기 때문에 상대성이론등 과학적인 부분은 잘 이해했다. 그러나 야한 장면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당시에는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_-;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Tau_Zero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 (An Inconvenient Truth ,2006)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될뻔 했던 남자, 엘 고어가 혼자 나와 떠드는 다큐멘터리영화. 영화는 엘 고어가 환경과 관련해 전세계에서 한 프리젠테이션과 그의 일상이나 과거사를 담은 조각 필름들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엘 고어는 다양한 과학적 자료와 그래프, 애플의 키노트 프로그램의 부드러운 애니매이션, 그의 언변을 동원해 지구가 얼마나 약하고, 인류가 얼마나 지구온난화를 일으켜 해왔는지, 그리고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효과적으로 알려준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최근 몇년간 얼마나 치솟았는지 직접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그래프를 가르키는 장면은 그 절정이다. (이 장면은 심슨 극장판 애니에서도 패러디 되어 유명해졌다)

상단의 붉은색 그래프는 이산화탄소의 농도, 하단의 푸른색 그래프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쫓아서 변하는 온도 그래프이다. 과연 미래의 지구 온도는 어떻게 될까? 우리의 손자손녀들에게 미래는 있을까? 그의 말대로 인류는 천천히 끓는 물속의 개구리 신세가 될것인가?

그러나 엘 고어는 칼 세이건의 믿음을 배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기술에 대한 신뢰감을 보인다. 최신기술들을 잘 적용만 하면 문제를 해결할수 있고, 우리들의 노력과 정치인들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이 실현 될수 있도록, 미래와 환경과 아이들을 걱정하는 분들이라면 꼭 이 영화를 보고 생각해 보기 바란다.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An_Inconvenient_Truth
http://www.imdb.com/title/tt0497116/

ps. 도쿄 의정서를 거부하고 테러와의 전쟁에만 몰입한 부시 대통령….대신 엘 고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지구가 좀더 살만해지지 않았을까? 겨우 미국 국민들의 투표로 지구의 운명이 바뀐다는게 좀 억울하네.

기쁨 반 실망 반이었던 에반게리온:서

오늘 용산CGV에서 “에바 신극장판”이라고도 불리는 “에반게리온 서”를 조조로 봤습니다. 결과는 기쁨 반 실망 반이었어요. “서비스 서비스!”라는 멘트가 뭔지 아는 TV판 매니아들에게는 최고의 서비스이자 기회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쓰인 3D는 2D셀화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그 장점을 빛내주고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폭발장면, 더 디테일한 작화, 사도의 세밀한 움직임과 변형, 도시의 화려한 변신등 그야말로 눈요기거리가 TV판보다 100만배 강해졌습니다. 특히 마지막 야시마 작전의 전투장면은 최근 애니들중 가장 박진감 넘쳤던거 같습니다. (사도 Ramiel은 살살 회전하니까 더욱더 라퓨타의 비행석 스럽더군요 쿨럭) 살짝씩 바뀐 스토리와 인물들도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성우들 연기도 10년전을 그대로 회상하게 해줄정도로 대단했습니다. 마야 목소리는 좀 간드러져 진거 같았지만. (원래 중성적인 느낌이 좀더 있었던거 같은데)

하지만, 기존의 경험을 제외하고, 영화적인 면이나 처음 에바를 접하는 사람들의 기준으로 따지면 무척 실망스러웠어요. 에반게리온:서 편은 약간의 변화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TV판의 다이제스트 스토리이기 때문인지, 영화가 에바의 상징적인 장면들로만 강강강강이라는 박자로 편집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인 야시마 작전에서는 영화의 클라이막스와 마무리를 위해 ‘전 자신의 의지로 에바를 탄 신지를 믿어요’라든가, ‘일본 전체의 전력과 희망을 모아서 너에게 줄께’라는 유치뽕짝스러운 열혈 대사까지 나옵니다. 일만 터지면 가출을 일삼던 새가슴 우유부단 신지가 뜬금없이 불굴의 영웅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죠. 에바는 원래 이런게 아니잖습니까?

영화는 처음 에바를 접한 사람들에게 무진장 불친절합니다. 바다는 왜 빨간지, 도시는 왜 저꼴인지, N2지뢰는 뭔지, 에바는 뭔지, 사도는 뭔지, 에바는 왜 애가 조종하는지, 네르프는 뭔지, 지오 프론트는 뭔지, AT필드는 뭔지, 쟤는 왜 폭주하는지, 겐도는 왜 저리 불량아빠인지, 레이랑 바람피나? 제레는 뭐고, 인류보완계획은 뭐고, 마기는 뭐고, 세컨드 임팩트는 뭐고, 아담은 뭐고, 리리스는 뭐고, 엔트리 플러그는 뭐고, LCL액은 뭔지, 플러그 슈츠는 뭔지, 프로그레시브 나이프는 뭔지, 무슨 무슨 파트는 뭐고, 언비리컬 케이블은 뭐고, 저 달에서 혼잣말하는 미친 소년은 뭐지 등등…. 수많은 정보와 떡밥과 의문이 1초 단위로 지나갑니다. 그런점은 TV판도 마찮가지지만 TV판은 도시풍경을 보여주는 매우 느린 진행이 많고, 에피소드 사이사이 시간에 생각을 하거나 설정을 자기 합리화할 여유가 많았어요. 하지만 극장판에는 1시간반이라는 짧은 시간에 급하게 소화해야 합니다. 기계적으로 따져도 TV판 6화분량, 약 140분과 몇몇 후반부 내용이 90분으로 요약된것입니다. 제 여자친구도 저에게 미리 사전 과외(?)를 받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하나도 모르겠다더군요.

특히 아까 말한 도시풍경을 보여준다거나, 기타 자잘한 표현들이 없어졌기 때문에 처음 에바를 접한 관객이 캐릭터나 로봇, 도시 등에 감정이입을 하고, 신제3동경시와 미래라는 공간적인 면을 이해할 여유가 무척 촉박합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컴퓨터 그래프나 화면등이 헐리우드 SF영화들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에바의 경우는 이해를 돕기보다는 ‘봐라 더 화려해졌지?’하려는 듯 복잡하기만 한것도 문제입니다. 간결한 그래픽과 문자로도 멋진 디스플래이를 보여주던 에바의 디자인 방식은 넉넉해진 예산으로 증발한겁니까?

입벌어지는 야시마 작전과 다시 돌아온 에반게리온이라는 감격에 여러가지 실망이 합쳐지니, 이거 뭐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기쁨 반 실망 반”입니다. 파에서는 단순히 팬서비스가 아닌 따로 떼어놓고 봐도 훌륭한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www.evangelion.co.jp/
http://www.imdb.com/title/tt0923811/
http://en.wikipedia.org/wiki/Rebuild_of_Evangelion

ps1.
3D냄새가 강한 포스터 때문에 전투장면에서 3D티가 날까봐 걱정했는데, 별로 티가 안나고 자연스러워서 다행입니다. 하긴 다이버스터때도 티가 별로 안났는데….

그건 그렇고, 첫 전투에서 초호기의 모습이 너무 어두워서 형광색 부분만 보이는거…연출은 그렇다쳐도 그것때문에 처음 보는 분들은 이해가 더 힘들거 같아요.

그리고 시대의 흐름때문에, 신지의 검은색 이어폰줄과 카세트식 워크맨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ps2.
전 에반겔리온:파 예고편이 아쉽습니다. 0.5초 단위로 지나가는 에바 시리즈 설명과 새로운 6호 설명, 그리고 몇장면 휘리릭 지나가고, 서비스~서비스! 까지 대략 20초인데…그걸 위해 5분정도 되는 엔드 크레딧을 그다리기엔 좀…엔드 크레딧을 다 보게하려고 뒤에 넣은거 아닐까요!! (음모론)

그래도 조조시간대에 엔드 크레딧 지나가는걸 내내 기다렸다가 서비스~ 서비스! 를 따라하는 인간들이 많았던걸 보면, 확실히 매니아성 애니입니다.

ps3.
영화 중간에, 일본 열도의 전등이 전부 끊기는 장면에서, 해안선을 보면, 세컨드 임펙트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별로 없었던걸로 보입니다 -_-; 게다가 한반도의 북한 영역도 상당히 밝은게 어색하군요; 원래 위성으로 본 한반도 야경은 북한이 컴컴하기로 유명하죠.

ps4.
영화보고나서 찜질방을 갔는데, 세종대왕의 음악적 업적에 대한 TV프로를 하더군요. 그런데 배경음악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비롯한 일본 애니 음악들이 중간중간 나왔습니다. 원래 TV에서 그런짓 잘하지만, 하필 세종대왕의 음악적 노력을 평하면서 그런 음악을 넣다니…제정신인가.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

사실 전 이 영화를 볼 준비를 게을리 한걸 후회하는 중입니다. 영화를 보는 재미가 줄어들까봐 사전 정보를 전혀 알아두지 않았습니다. 그저 유명하고 작품성을 높게 평가를 받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는 점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그 리드미컬한 연속 목따기와 피의 향연이라니… 제 여친이 같이 영화를 보고 울먹이면서 원망하더군요 -_-; “뭐 이런 영화를 보자고 했어?”

팀 버튼의 작품들은 그동안, 내용의 잔혹성과는 별도로 영상적으로는 그리 잔혹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영상은 한껏 비틀리고 탈색된 동화적인 느낌이었죠. 그런데 이 영화는 달랐습니다. 조니 뎁의 목따기는 정말 지치지도 않고, 확실하게 보여줄수 있는 카메라 각도와 클로즈업의 피 튀김으로 보여줍니다. 그 모습은 ‘저러다 죽여서는 안될 사람을 죽이지’하는 느낌을 관객에게 확실히 주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일어나죠. 피를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영화는 거의 무채색 분위기지만 피만은 그 색 그대로 보여줍니다.

영화 자체는 무척이나 깔끔하고, 스피디하고, 짜임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캐릭터도 분명하고, 연기와 노래도 다들 잘하죠. 뮤지컬의 약간 과장된 버전으로 말입니다. 조니 뎁은 여전히 조니 뎁 답고, 헬레나 본햄 카터는 다크서클 분장을 하니 해리포터때랑 너무 비슷합니다. 알란 릭맨도 다른 사람에게 낮은 목소리로 겁줄 때는 해리포터의 스네이프교수랑 똑같아요. 그만큼 배역은 잘 골랐다는 의미도 되죠.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산업혁명기의 노동계층의 몰락은 먼 옛날+외국의 이야기이고, 주인공이 국외로 추방당한후 고생하는 것은 영화에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냥 관객이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설정부분이죠. 게다가 장면의 잔혹함때문에 영화는 호불호가 갈릴거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음식 먹다가 손가락이 나오는 것은, 인육에 대한 클리세라고 할수 있을까요. “신장개업”에서도 그랬고, 얼마전에 있었던 미국 웬디스의 어떤 여성의 손가락 사기사건도 그렇고 말입니다. 고기를 갈아서 쓰면서 손가락이라니, 다소 말은 안되지만.

ps.

이 영화, 사실 조니뎁의 헤어스타일을 예전에 보고 ‘베토밴인가?’라고 생각했던적도 있습니다;;;

http://www.imdb.com/title/tt0408236/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 올블로그 영화 시사회

올블로그의 영화 시사회 이벤트를 통해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보고 왔습니다. 아쉽게도 다 보고나니 정윤철 감독님이 직접나와서 실수로 완성 편집본이 아닌 중간 편집본을 틀었다고 사과하시더군요. “엔딩 음악이 원래 이게 아닌데?”하면서 자신도 나중에 알았다고…;; 어째튼 일반 극장과는 다른 편집본을 봤다는 점에서 감안하고 제 감상문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물론 스포일러도 좀 있습니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착각하며 주변사람들을 돕고 다니는 남자 주인공 황정민과 그를 우연히 만나 TV프로그램 하나 때워보려다가 그에게 점차 반하는 PD인 여주인공 전지현의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전지현은 황정민의 순수함이나 착함이 처음에는 시덥지 않지만 점차 그런점에 반하게 되고, 황정민이 말하는 머리속에 박힌 클립토 나이트라던가 하는 단서가 결국 그의 과거를 알게 되는 단서가 되는 뻔한 전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뻔하고 교과서적인 상황전개에, 슈퍼맨의 환상과 회상과 TV화면이 섞여 정신없는 화면을 계속 보여주며 약간 좀 지루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게다가 슈퍼맨이 말하는 머리속에 박힌 클립토 나이트가 광주 민주화 운동때 박힌 총알이라는 부분이나, 장기기증으로 사람을 구한다는 엔딩에서는 다소 감상적인 억지설정같기도 하죠.(그럼 대머리 악당이 렉스 루터가 아니라 29만원 아저씨? 그래서 황정민이 렉스 루터라고 구체적인 이름을 말하지 않고 계속 대머리 악당, 대머리 악당 그러나? 오호라…영화 제작진 똑똑한걸. 참고로 머리에 박힌 클립토 나이트 설정은 원작 소설에는 없는 설정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구성은 뻔하디 뻔하더라도, 영화 자체는 잘 봤습니다. 우선 황정민의 연기가 참 천연덕스러우면서도 정말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게 연기를 잘했습니다. 그리고 전지현은 맨얼굴에 담배까지 피고, 긴머리를 휘날리지 않는다고 연기변신을 했다고 뉴스에서 떠들지만, 여전히 긴 몸매와 귀여운 얼굴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구요. 게다가 위에서 남을 내려다보는 퀸카가 아닌,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관찰자 시점의 연기는 정말 연기 변신이죠. (이전 영화와 비교하면 진정 “슈퍼스타이었던 여자”) 그런면에서 전지현도 연기를 잘했습니다.

연기뿐 아니라, 남들은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용기를 발휘에 남을 돕는 것이 진정한 슈퍼맨이고, 현재에 노력해서 미래를 바꾼다 라거나, 열쇠를 목에 건 전지현을 보고 문을 여는건 힘이 아닌 작은 열쇠라고 말하는 것 등은, “에반 올마이티” 같은 뻔하면서도 잔잔한 교훈을 줍니다. 한마디로 감동이 어느정도 있습니다.

정윤철 감독님

영화 시사회 전에는 익스트림무비의 편집장이신 다크맨님이 영화계의 불법 다운로드 근절 캠페인의 허실과 장르영화등의 지나친 제작비에 의한 수지타산 문제등 몇가지 주제에 대해 설명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영화 감독이자 제작자이시고 디워 논쟁의 패널로 유명하신 김조광수님이 나오셔서 “후회하지 않아”등의 영화에서 도입한 블로그 마케팅의 교훈에 대해 설명하셨고, 다크맨님이 말씀하신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 방면으로 대답하시고 더 자세한 정보를 주셨습니다.

관객 입장을 기다릴때 올블로그에서 2007 TOP100 블로그 축하 동영상을 틀어주셨는데, 영화관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제 아이디가 나오는 모습은 참 신기하더군요.

시상식 관련 내용은 다음에 포스팅 하겠습니다 🙂

원스 (Once, 2006)

이번 겨울엔 이상하게 영국 영화를 많이 보게 되는군요. 원스는 우리나라에서 의외의 성공을 거둔 영국의 초저예산 인디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 2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해서 인디영화 흥행기록을 세웠습니다. 절반정도는 크리스마스 로맨스 영화를 기대하고 갔다가 낚인거 같지만요 ㅎㅎㅎ

원스는 스토리가 재미있거나 멋있거나 아름답지도 않고, 홈비디오로 찍은 듯 어색한데다가, 영화의 90%를 차지하는 노래는 듣기 좋은게 아닌 아픈 마음을 노래하는 것이고, 스튜디오에서 다듬어진 녹음도 아닙니다. 주인공들은 이별을 한 상태이지만, 아예 헤어진것도 아니고, 서로 끌리지만 마음 이상을 나누지도 않습니다. 배우들의 외모나 연기력은 그냥 일반인 섭외 영화 수준입니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왠지 흡인력이 있습니다. 소매치기를 쫒아가더니 서로 지쳐서 동전 주워주는 장면이나, 은근히 미소 짓게 하는 인심 좋은 주변 사람들이나(특히 주인공에서 돈을 대여해주던…음악의 꿈을 가졌었던 상담원…킹왕짱), 괜히 여주인공에게 찝적거렸다가 후회하게 되는 장면, 피아노를 선물하는 장면 등, 영화는 뭔가 소시민적이고 끈적끈적하면서 풋풋한 그런 느낌을 내내 줍니다.

최근엔 알면서도 가식적인 이미지와 거짓 감동에 속아주어야 하는 영화나 음악만을 보고 들어서 그런지, 이런 재미와는 담쌓은 영화가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보고나서 잊기전에 감상문 쓰려고 했는데, 이제야 쓰는군요.

http://www.imdb.com/title/tt0907657/

톱을 노려라2! 다이버스터 (トップをねらえ2! DIEBUSTER, 2006)를 뒤늦게 보다

사실 예전에 다이버스터 1편은 본적이 있었습니다. “뭐야 이거, 또 메이드야? 쟤는 교복이네? 왜 고양이가 말을 해? 이번엔 초능력 로봇물이냐? 버스터 머신 디자인이 아스트랄이네. 액션이 완전 프리크리인데…” 그리고 안봤습니다. 가이낙스는 역시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해….

그런데 페니웨이님의 천원돌파 그레라간 평에 “마침내 완결 에피소드에 이르자 매니아들은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의 전율을 느낌과 동시에 가이낙스의 뛰어난 팬 서비스에 환호성을 질렀다.”라는 멘트를 읽고서 ‘내가 1편만 보고 속단한건가’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죠. 마침 메신저에 DVD들을 질렀다고 리스트 나열한 바보 친구(빌려가라고 자랑하냐..ㅋㅋ)가 있어서 빌려봤습니다.

아아, 확실히 시리즈는 시리즈였네요. 80년대말의 1탄의 ‘암울한 위기의식과 비장한 자기희생’은 없어졌지고 발랄한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장에 대한 갈등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지만, 세계관과 여러 소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주가 작거나 약하다는듯이 거대한 스케일로 터트리고 싸우는것도 같군요.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에는 정말 1편을 좋아했던 사람들의 뒤통수를 때립니다. 완전히 달라진 배경과 기계 디자인은 12000년이나 지난 후였다는 배경으로 무마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요시우키 사다모토로 달라진 그림 스타일은 더 미래라는 설정과 밝은 나나의 성격을 잘 받쳐줍니다.

첫번째 시리즈였던 건버스터의 갈등 요소는 자신이 지키려는 존재가 지키려고 하면 달라지고, 자신마저 잊혀진다는 문제입니다. 초반에는 평범한 주인공이 천재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성장하는 내용이 있지만, 사실 그 주제를 발전시키는건 후반에 지나친 열혈과 비장함으로 살짝 어긋나 있었습니다. 2번째 시리즈에서는 그러한 문제는 싸그리 뒤집어서, 어렸을 때의 천재가 성장하고 범인(凡人)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그 평범함 속에서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갈등 해소를 열혈이 가득한 말로 떼우는건 여전하구요. ㅎㅎ

어째튼 만족하며 봤습니다. 패트레이버 극장판 이후로는 오랫만에 본 로봇물이네요. (애플시드도 로봇물로 쳐야할려나…)

ps. 그건 그렇고 그 말하는 고양이는 뭡니까? -_- 아직도 이해 안되네.

막장 슈팅 당근 액션 영화,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Shoot ‘Em Up, 2007)

저처럼 아무리 반사동작이 느린 사람도, 가끔은 스트레스 풀이로 슈팅 게임을 합니다. 슈팅 게임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주인공이 수 많은 악당 조무라기를 막 쏴 싹쓸이 하고 보스와 대결해서 이기는 거죠. 스트레스 풀이 게임은 사실성이고 뭐고 무시합니다. 사실성같은걸 ‘구현 못해서’라기 보단 따질거 다 따지면 스트레스 풀이가 되기 힘들어서죠. 수 많은 슈팅게임이 이 틀안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수십년동안.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게 참 난해합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비현실이지만 그속에서 캐릭터들의 머리카락 하나하나, 근육 움직임 하나하나가 보이는 ‘실사’입니다. 영화속 인물들이 비현실적인 액션이나 대사를 어설프게 구사하면 영화는 대번 ‘유치뽕짝’이 되버립니다. 하지만 그 비현실성을 ‘그럴듯하게’ 합리화 시키면 매트릭스가 됩니다. “이퀄리브리엄“은 그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한 걸작 영화이고, “디워“는 그런면에서는 균형잡기에 실패한 영화입니다.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은 이퀄리브리엄이 탔던 줄타기의 연장선을 밟고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퀄리브리엄이무게추로 사용했던 심각함이나 스타일리쉬함을 빼버리고, 그대신 모니카 벨루치의 대담한 섹시함과 업그레이드된 무차별 폭력으로 가속을 시킵니다. 안쓰러지는데는 균형을 잡는거 외에 무작정 속력을 내서 목적지까지만 가는 방법도 있다 이거죠. 반쯤만 성공한거 같지만.

주인공 클라이브 오웬은 이쑤시게 대신 당근 씹고 권총질 하는 성질 드러운 놈이구요.(그러면서 불의는 눈뜨고 못봅니다…) 모니카 벨루치는 한없이 흑장미입니다. 악당들은 조무라기는 낙엽이요, 보스는 일곱번 쓰러져도 여덟번 일어나구요. 액션이든, 이야기 진행과 인물들의 사고방식이든 다 말도 안되는 억지를 일부러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생각없이 보면 스트레스 풀이에는 최고인데, 뭔가 따지면서 보는 분들은 스트레스 +200%가 될겁니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0465602/

ps. 네이버 영화정보가 요즘 인기라, 거기도 참조 URL로 적어놓으려고 했더니, 바로 성인인증 창이 뜨네요. 영화 내용이 좀 그렇긴 하지만 영화 정보를 인증한다고 얼마나 애들의 동심을 보호하려나. -_- 귀찮게시리.

ps. 영화 보시면 왜 이 글의 제목이 ‘당근 액션’이라고 붙었는지 압니다. -_- 아 그리고, 당근 파는 가게에 한글로 채소 이름들이 나오더군요 ㅋㅋ (방금 스크린샷을 얻었는데, 한글로 나온 채소 이름들이 “당근” “양파” “동 치미국”(?) “타임” “연뿌리” “단무지”(?) “레몬” “오렌지” “포도” “감자”이군요. 쿨럭)

ps. 모니카 벨루치 아줌마는 언제 늙는데요? 내가 고딩때 본 영화에서도 저 모습이었는데?

머리 크기 차이 봐라…

솔라리스 (Solaris, 2002)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제임스 카멜론 제작, 조지 클루니, 나타샤 맥켈혼 주연. 스타니스아프 렘의 원작소설이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1972년판 솔라리스는 평이 몇배로 좋으나 못봤으니 패스.

과거에 주인공의 실수로 마누라가 자살했는데, 솔라리스라는 별의 연구용 우주선이 심상치 않아서 가보니, 그곳에서는 마음속 인물들이 되살아나는 엽기 상황.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불완전하지만 겉보기엔 똑같은 마누라가 부활했으니 어쩌면 좋나? 라는게 영화의 컨셉. 복제된 마누라는 ‘자살한 마누라’라는 주인공의 기억때문에 자살을 계속 시도하고, 주인공은 마누라에게 잘못한걸 되돌리고 싶은 마음에 우왕좌왕하다가 끝내 탈출하지 않고 솔라리스에게 안겨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지만 마누라랑 영원한 행복속에 엔딩이라는 결말.

캐스팅 좋고, 편집 좋고, 시나리오 깔끔한데, 뭐랄까…이루지 못하는 로멘스를, 죽어서 저승세계나 환상속에서 이루는 뭔가 맥빠지고 찝찝함이랄까, 그런 영화였다.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나 “판의 미로“와 일맥 통하기도.

부활한 마누라를 어떻게 살려서 못이룬 사랑을 이루나에 대한 로멘스 영화이고, SF적인 분위기는 그냥 배경일뿐이다. 우주선과 모니터와 유리로된 세트만으로 SF의 분위기를 만든 실력은 깔끔하지만, 역시 SF팬으로써는 아쉬운 영화다. 기대한 사람이 잘못이지만. (사실 포스터의 파란색과 보라색이 섞인 솔라리스 이미지가 너무 예뻐서 본 영화이다.)

헤어스프레이(Hairspray), 즐거운 뮤지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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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날 여친님과 봤는데, 그놈의 감기 때문에 헤롱헤롱 거리다가 이제야 블로그에 끄적거린다. 노래와 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뮤지컬 영화를 좋아한다면, 꼭 보도록 추천하고 싶다. 일반적인 대사가 1분도 연속으로 안나오는, 정말 끊임없이 노래와 춤이 나오는 에너지 가득한 영화다. 원작은 안봐서 원작을 얼마나 잘 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자체만으로도 기운 충전하는데는 충분하다. 만족도는 별 4개와 1/4정도?

미국 60년대 댄스 열풍을 배경으로, 춤에 재능있는 뚱보 소녀가 편견을 가진 방송사 제작자들의 방해를 물리치고, 흑인 친구들과 댄스 대회에 나가 승리하고, 미소년 친구와 사랑도 이룬다….라는게 줄거리이다. 영화 줄거리가 인종이나 외모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는 것이지만, 영화가 전혀 무거워지지 않는다는게 독특하다.

음악도 60년대 풍이 나면서도 구식티 안나게 잘 만들어졌고, 주인공 니키 브론스키도 저 몸매에 저런 춤이 나오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춤과 노래 실력을 보여준다. 존 트라볼타가 뚱보 아줌마로 분장…아니 변신을 하고 나오는데, 이건 뭐 “미녀는 괴로워” 저리가라이다. “미녀는 괴로워”의 뚱보 분장신은 몇 장면 안되지만, 존 트라볼타는 그 모습으로 영화 전체를 나오는데다가 하이힐 신고 춤과 노래까지 여러번 춘다. 여장이라는 소재로 웃기지는 않지만, 천연덕스러운 아줌마 연기는 웃음과 탄복을 줄 정도이다. 춤과 대범함과 천연덕스러움 빼면 시체라는 존 트라볼타지만 정말 박수가 절로 나오게 된다.  주인공의 아버지 역으로 나온 크리스토퍼 월킨이 브레인 스톰때보다 너무 폭삭 늙어서 안타깝기도 했다. 미셀 파이퍼의 유혹을 못 알아채고 장난감 소개하는 재미에 열을 올리는 귀여운 장난감 가게 사장역을 한다.

진짜 탄복하게 만드는건 미셀 파이퍼인데…춤과 노래야 원래 잘한다지만, 저 아줌마가 50대 맞나 싶은 모습으로 나온다. 클로즈업 하면 주름은 숨기지 못하지만 말이다. 요즘 악역에 물이 올랐나 보다. 그밖에 X맨에서 밀려난 리더(?) 사이클롭스로, 수퍼맨 리턴스에서 주인공의 여자를 가로챈(?) 남자로 나왔던 제임스 마든이 특유의 잘생긴 외모와 과장된 미소로  TV사회자 역할을 한다.

헤어스프레이가 대체 무슨 의미인가 했더니, 방송국 프로가 헤어스프레이 회사 협찬으로 만들어진 거였다. ‘저 당시 저렇게 썼으면 프레온 가스때문에 오존층 제대로 펑크냈겠네’라고 생각했다…;; 정말 무진장 뿌려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