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시드 (극장판 3D, 2005)

appleseed_p 애플시드의 원작은 1985년,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만화가인 시로우 마사무네의 장편 데뷔작 만화였다. 사이보그화된 브리아레오스 H와 여전사 듀난 너츠의 커플이 유토피아로 불리는 미래도시 올림포스에서 특수부대인 E-SWAT로 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과 인간보다 전투능력이 뛰어난 사이보그, 그리고 인간의 불안정성을 보완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바이오로이드(DNA조작 클론 인간)로 구성된 사회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결함과 그 돌파구를 비추는 상당한 작품이었다. 거기에 부부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 동료도 아니고, 사이보그와 인간 커플인 브리아레오스와 듀난의 티격태격하면서도 죽이 맞는 모습이 양념이 되어 아주 재미있는 만화였다.

새로 제작된 애플시드 애니매이션은 그런 만화에 비해 많은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다. 우선 갈등구조가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한 탐구보다는 인간과 바이오로이드의 갈등만을 비추고 있다. 왜 인간이 바이오로이드가 만들어낸 유토피아에 안주하지 않고 미워하는지는 전혀 나타내지 않고 그냥 미워한다. 브리아레오스가 듀난이 떨어질수 없이 서로를 지키는 용사가 아닌, 듀난을 이용하려는 그저 과거의 연인이었던 브리아레오스로 설정이 바뀐 점도 많은 흥미요소를 잃게 만들었다. 그 밖에 설정이 다소 다르다. 원작에는 없던 올림포스 군대가 나오고, 당하는 조연으로 잘 나오는 경찰의 고릴라형 LM도 안나오고, 올림푸스의 중추 AI인 가이아가 반란을 일으키긴 커녕 입법원 노인네들에게 당한다. (다각포대 눈은 원작의 외눈박이 형태와 달리 매트릭스의 Sentinel을 연상시키는 붉은 벌레의 눈 형태이다.)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인 듀난이다. 생뚱맞은 듀난의 어머니(원작에는 흑인이라 아프리카에서 차별받다 죽은걸로 언급된다)가 올림푸스 건설과 바이오로이드 창조에 선구자이다. 바이오로이드의 설정도 많이 다르다. 원작에는 ‘애플시드’가 무엇인지 나오지도 않았고, 바이오로이드가 수명이나 기타 부분에서 인간과 그리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전투를 잘하도록 개조된 바이오로이드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바이오로이드가 단지 인간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수명제한과 번식제한이 걸려 있고, 고작 그걸 보완하는게 애플시드이며, 인간을 번식 못하게 해서 입장을 바꿔버리는 D탱크라는 설정까지 나온다.

하지만 볼거리면에서는 확실히 압도적이다. 카툰렌더링된 깔끔한 3D와 모션캡춰된 캐릭터들의 자연스럽고 빠른 액션. 만화에서 보던 규게스 LM이나 다각포대등이 박진감있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 원작에서는 훨씬 후반부에 나오는 다뮤소스 반중력 코일을 이용한 E-SWAT 규게스들의 대규모 전투또한 볼만하다. (다뮤소스 장비를 이용한 비행을 너무 강조하려고 몇일전까지 안쓰던 장비를 모조리 탑재하고 날아가던 규게스들이나, 옛날 모 애니매이션의 초자력 충전을 연상시키는 듀난의 규게스 공중 합체는 너무하지만) 원작에 있는 장면인 듀난의 칼한자루로 16kill 훈련장면이나, 타르타로스 대형구조물, 브리아레오스의 LM등도 원작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서비스같은 장면이다.

일본에서는 다음 버전인 애플시드 EX Machina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문이다. 기대해본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0401233/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Appleseed%282004%29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시간을 달리는 소녀2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올해 본 애니매이션 중 단연 최고라고 하고 싶다. 반해버렸다. 주인공 마코토는 그리 똑똑하거나 정의감 넘치거나 착하거나 잘난 주인공이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혹은 나중에 성장해서 되돌아보면 자신의 어리석음이 부끄러워지는, 그런 평범한 여고생이다. 그런 평범한 여고생의 성장기를, 타임리프라는 평범하지 않은 능력(능력이 아니었지만)을 통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잔잔히 그려나간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시간을 자신의 대단치 않은, 그러나 당시에는 중요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듯이, 마코토는 타임리프 능력을 그런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 노래방에서 무한히 노래부르기 위해 사용하고, 동생이 빼앗아 먹은 푸딩을 위해 사용하고, 부끄러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다 약간의 보람을 위해 남들의 관계에 타임리프를 이용해 끼어들었다가 점점 일이 꼬인다. 친구들이 자신 대신 자전거 사고를 당할 처지에 까지 이른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혹은 자신이 의식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첫사랑과 이별을 맛본다.

 

제목과는 달리 일본 애니에 흔한SF나 눈에 보이는 환상을 여행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잔잔한 성장 드라마. 그게 시간을 달리는 소녀였다.

 

개인적으로 ‘나디아’와 ‘에반겔리온’의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요시우키 사다모토의 그림 스타일을 좋아한다. 이 애니매이션도 그의 그림이다. 그의 화보를 보면 서구식 SF나 환타지 인물에 강한것 같았지만, 에반겔리온 이후로는 고교생에 어울리는 풋풋하고 떼묻지 않은 인물을 그리는구나 싶다. 특히 치아키나 마코토의 동생의 모습이 왠지 인물에 어울린다.

 

진정한 교훈 :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타고 내려오면 안된다.

Dungeons & Dragons: Wrath of the Dragon God

DnD2Poster Dungeons & Dragons: Wrath of the Dragon God 을 곰TV에서 무료 상영하고 있다. 직역하자면 “용신의 망령”정도인데 실제로 최종보스(?)는 강력한 언데드 드래곤(드라코 리치와 비슷한)이다. 우리나라 상영 제목은 “던전 드래곤2 : 용의 제국”으로 전혀 딴소리.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2000년에 상영해서 완전 유치뽕짝이라고 평을 들은 던전 드래곤의 후속편이다. 전편에서 살아남은(?) Damodar가 힘을 찾기 위해 사악한 용신의 봉인을 풀고, 주인공들이 그걸 막으려고 고생한다는 내용.

1편에서 별거 아닌 소년이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보다는 진일보해서, 제대로 된 녀석이 파티를 제대로 인솔해서 제대로 싸운다. D&D 세계관과 비슷한 내용도 어느정도 나오고, 파티구성도 비슷하다. 배우들도 나름 진지하게 싸우고 진지하게 주문을 외우며, 진지하게 쓰러져준다. 특수효과는 여전히 어설픈 C급 수준인게 탈. 그리고 역시 마지막엔 과거의 유물과 생뚱맞은 자연의 힘으로 악한 용신을 한방에 물리친다는 허무함도 가지고 있다.

Dungeons & Dragons Online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보길 바란다. 로그(rogue)가 하지말란 짓 하면 벌받는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슈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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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CGV에서 직접가서 예매하고 2시간 기다려서 봤다. 상영관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볼사람 봐서 그런지 의외로 표구하긴 쉬웠다. 다만 스크린 너무 큰걸 미쳐 생각못하고 너무 앞쪽에서 봐서 슈렉 코밖에 안보이더라는게 문제지.

피오나 공주의 아버지 해롤드 개구리 왕이 노환으로 죽고, 왕위 계승 1순위는 슈렉이 되는데, 슈렉은 그런거 질색. 그래서 2위인 아더를 찾으러 간다. (아더왕이라니 자꾸 페이트의 세이버가 생각나네;;) 아더는 입만 살은 왕따 고등학생이었고, 멀린은 치매노인이고, 마마보이 차밍은 한물간 악당들 모아서 구테타 일으키고, 피오나는 임신하고, 등등의 복잡하고 복잡한 인물과 진행이 바로 슈렉3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즐기는 영화 하나라고 보기엔 충분히 재미있다. 특히 슈렉 1,2편을 본 사람에겐. 하지만 1,2편을 안본 사람에겐 너무 설명도 없이 인물이 우르르 많이 나온다. 처음 3편을 본 사람에겐 차밍이 왜 재수가 없는지, 슈렉은 왜 왕위를 싫어하는지, 덩키의 새끼들은 또 뭔지, 공주들은 왜 저러는지, 진지는 왜 저러는지, 왕은 왜 개구리인지 이해가 안될것이다. 사실 1,2편을 본사람에게도 인물이 너무 많아서 중구난방이고 단타치기 개그만 난무한다. 1편처럼 당나귀 덩키의 개인기와 슈렉의 고집 대결이 벌어지지도, 2편처럼 멋진 패러디가 난무하지도 못한다.

대충 알아본 패러디를 말하자면, 개구리왕 해롤드의 할말 다하면서 죽는 장면은 맨인블랙의 외계인과 비슷하고, 진지의 과거 회상은 600만불의 사나이이고, 아더와 멀린은 해리포터고, 백설공주의 노래 부르기는 디즈니 고전 패러디이고, 2편의 스타벅스처럼 유명 가게 몇개 패러디….그외는 모르겠다.

여전히 재미는 있고 웃음 짓게 만들지만, 자신이 이미 메이저가 되어버려서 기본 뼈대인 메이저를 향한 비꼬기를 잃어버린 슈렉. 그리고 캐릭터 인해전술까지 펼치는 슈렉이 살짝 아쉬움은 있다.

아버지의 깃발 Flags of our Fathers (2006)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으로 진격하는 요충지 이오지마섬. 미국 해병들은 이곳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루며 섬 정상에 깃발을 꼽는다. 그 사진은 전쟁의 승리를 상징하게 되며 깃발을 꼽은 장병들중 살아남은 3명은 영웅으로 미국으로 금의환향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깃발은 첫번째 깃발이 아닌 다시 꼽은 두번째 깃발이었고, 첫번째 깃발을 꼽은 대원과 두번째 깃발을 꼽은 대원도 오류로 잘못 알려졌지만 미국은 영웅들을 이용해 국채를 발행할 요량으로 사실을 은폐한다. 사실 은폐와 죽은 전우들의 부모, 그리고 실제 전투를 치룬것보다 깃발을 꼽은것을 영웅으로 환영하는 국민들, 전쟁의 공포후 고급호텔과 식사 여행등에 대한 괴리, 그러한 갈등속에서 3명의 군인들은 점차 마음이 망가져 간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한 아버지의 깃발. 영웅은 실제 영웅이 아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리고 전쟁이란게 얼마나 허상이 많은지 보여주는 슬프고 잔잔한 영화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답게 영화는 대단한 특수효과로 무장했지만 멋있는 전쟁이 아닌 슬픈 다큐 형식으로 진행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잔잔한 진행속에서 인간들의 인생과 개성을 담아내는 능력을 보여준다. 임무에 충실한 위생병 존 닥 브래들리 역에 라이언 필립, 가볍고 잘난척 잘하는 레니 개그논역에 제시 프래드포드, 추장이란 별명으로 불리고 가장 고뇌를 많이 겪는 아이라 헤이즈역에 애덤 비치가 연기한다. 2차대전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은 한번 감상해보길 권한다.

Final Fantasy : The Spirits Within (2001)

서기 2065년, 지구는 ‘팬텀’이라고 불리는 외계에서 온 존재들에 의해 침략당하고 소수의 인간들만 살아 남는다. 팬텀들은 투명하고 스치기만 해도 생명체들이 죽으며, 파편이 침입하면 거기서 다시 숙주를 죽이고 팬텀들이 자라났다. 생존자들은 방벽 도시에서 에너지 방어벽에 의해 팬텀들을 막아내며 겨우 생존하고 있었다. 여주인공 아키는 시드 박사와 함께 영혼의 파장들을 모아서 팬텀들을 무효화 시키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었고, 장군의 지휘하에 있는 군부는 대형 에너지포인 제우스 캐논으로 팬텀을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아키는 영혼을 채집하던중 예전의 연인이었던 그레이를 만나고, 둘은 예전의 감정을 다시 확인한다. 다른 영혼을 채집하던 중 아키는 몸안에 있던 팬텀에 의해 의식을 잃고 그레이의 도움으로 팬텀들의 정체를 파악한다. 군부는 도시의 일부를 팬텀에 침범시켜 의회를 자극하려다 되려 도시전체를 잃게 되고, 제우스 캐논을 써서 팬텀의 본거지를 공격하게 된다. 겨우 탈출해 팬텀의 본거지에서 영혼을 채취하던 주인공들은 그레이의 희생으로 영혼을 완성시키고 세상을 정화하게 된다.

21세기가 시작된 2001년, 3D그래픽의 발전을 느끼게 해주었던 영화,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의 스토리이다. 이 영화는 당시 베타버전이었던 마야를 이용해서 놀라울 정도의 3D인물표현, 풍경, 메카닉 디자인, 액션등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토이스토리 같이 정말 장난감스러운 3D영화만 보던 시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차이의 그래픽수준이었다. 3D모션 캡춰를 통해 만들어진 애니매이션은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성우도 화려해서, 시드 박사는 도널드 서덜랜드, 그레이는 알렉 볼드윈, 장난기 많은 네일 역은 스티브 부세미가 목소리를 연기했다. 다른 성우들도 나름 알려진 배우들.

하지만 정작 흥행에는 실패했다. 박스 오피스 통계에 의하면 미국 흥행에서 3천2백만불을 벌었고, 해외에서 5천2백만불을 벌었다. 제작비는 1억 3천7백만불로 나와 있다. 한마디로 쪽박. 우선 파이널 판타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게임 파이널 판타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북미시장을 고려했겠지만 덕분에 게임과 연관된 마케팅에 실패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교과서적인데다가, 3D제작의 한계인지 진행이 너무 무난하고 긴장이 없다. 계속 동료를 탈출시키기 위해 자기희생만 하는 그레이와 팀의 대원들을 보면 짜증 나기도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어린 관객도 놓치고, 액션을 좋아할 어른 관객도 놓친 형국.

그래픽도 한장면 한장면은 훌륭하지만 뭔가 어색하다. 인물들이 몸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데, 표정은 마네킨이다. 표정은 모션캡춰가 안되니까 당연한가? 인간의 눈이라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토이스토리라던가, 니모 같은 비현실적인 캐릭터도 귀여우면 자연스럽게 느낀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 처럼, 사람과 아주 비슷하다가 살짝 어설픈 캐릭터를 보면 그 어색함이 너무 눈에 띄어 버리고 심지어 징그럽기 까지 하게 된다. 파이널 판타지는 그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나온 반지의 제왕2편과 3편의 골룸캐릭터와 비교해보면 그점을 확인할 수 있다. 표정이 살아 있는 캐릭터와 그렇지 못하고 이쁘기만 한 마네킨의 차이를.

게다가 가장 실망한것은 DVD이다. 3D영화니까, 기본적으로 디지털이라 DVD가 매우 좋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왠걸. 디빅파일을 다시 DVD로 구운것처럼 뭔가 화질이 뿌옇고 선명함이 부족했다. 옛날 복원필름을 스캔해서 리마스터링한 스타워즈 트릴로지 DVD보다도 더…아니 반도 못따라가는 화질을 자랑한다.

파이널 판타지가 개봉할때 각종 홍보에는 다양한 비전이 있었다. 실제 배우들이 영화에서 밀려날거라는 둥, 주인공 아키가 디지털 연예인으로 성공해서 다른 영화에도 나올것이라는 둥. 그러나 흥행 참패로 인해 물건너 가 버렸다. 그 당시 우리 나라에도 다양한 3D 극장판 영화가 시도되고 있었는데 제작이 중단되거나 흥행에서 역시 참패했다. 다만 파이널 판타지가 사람들의 눈높이만 높혀 놔인지, 그 후에 나오는 각종 애니매이션과 게임의 3D영상은 극도로 섬세해졌다. 하나의 유행을 만들어 낸것이었다. 파이털 판타지는 영화가 볼거리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과 3D영화의 한계를 보여주었지만 3D그래픽 역사에는 기념비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ps.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을 이야기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시계이다. 주인공 아키가 차고 있던 시계는 PPL인지 Seiko 마크가 그려져 있었는데, 실제로 Seiko에서는 같은 디자인의 시계를 만들어 자신들의 전시실에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몰론 상용화된 모델은 좀더 실용적으로 디자인 된 다른 디자인의 모델이지만.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너무 SF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저런 개성적인 시계가 있다면 실용성은 2차로 치고 하나 사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다.

스파이더맨 3

주의 : 이 글은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파이더맨3는 대단한 영화였다. 스파이더맨, 블랙슈트로 인한 부작용, 거기서 파생된 베놈, 샌드맨, 멋진 뉴 고블린과 해리의 원한, 여자 친구인 메리 제인과 새로운 금발 여자 그웬 스테이시. 수많은 인물과 적들이 등장하고 이야기가 얽혀 있었지만 흐름이 흩어지지 않았다. 많은 전투가 있었고 특수효과가 복잡했지만 특수효과 또한 완벽했다. 왠지 반지의 제왕 이후부터 헐리우드의 특수효과 속편영화들이 장면에만 치우치지 않고 시나리오적인 완성도에 신경을 쓴거 같다. 그리고 그 완성이 스파이더맨3랄까.

아쉬운 점은 몇가지 있다. 뉴고블린은 멋졌지만, 진실을 알고 우정으로 돌아오는 것, 그리고 주인공 대신 죽는건 너무 뭐랄까…전형적(?)이다. 비록 원작과 유사한 죽음이긴 하지만. 상당한 팬들로부터 기대를 받았던 베놈은 약점이 너무 금방 알려졌고 결말도 썰렁했다. 오히려 블랙수트때의 스파이더맨이나 피터의 메리 제인 약올리기 춤 같은게 더 그럴듯할정도. 베놈의 기생생물로서의 억척스러움이 안보인달까?

게다가 이건 뭐 포악해지는 부작용 시리즈인가? 스파이더맨 1편은 원조 고블린 아저씨가 녹색가스 마시고 포악해져서 난리쳤다. 스파이더맨 2편은 핵융합 연구하던 박사 아저씨의 로봇팔이 고장나 포악해져서 난리쳤다. 스파이더맨 3편은 스파이더맨과 얼뜨기 사진기자가 심비오트 때문에 포악해진다. 오히려 같은 녹색 가스를 마신 해리는 뉴 고블린이 되어 ‘주인공 사랑 갈라놓기’라는 시트콤스러운 짓을 하지만, 결국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알더니 포악해지기를 그만두고 우정으로 돌아선다. 피터가 2편 3편 고생한게 죄다 집사가 진실을 안알려서인가!!

그런데, 문제는 내 여자친구에게도 부작용이 나타났다. 해리 오스본역의 제임스 프랑코가 멋지다고 난리다. 나중에 해리가 죽었을때는 마구마구 슬퍼하는 것이었다 -_- 미쳐. 하긴 제임스딘 영화에서 제임스 딘을 연기했을 정도이니 잘생기긴 했다.

해리 오스본의 뉴 고블린은 베놈과 샌드맨으로 인해 자칫 괴물집합소 같은 이미지를 받을 수 있는 스파이더맨3에 SF냄새가 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병기가 집적된 날아다니는 보드나 유도 폭탄, 빛이 나는 검 등. 약간 닌자 분위기를 차용한 모습이 스포츠맨 스러운 배우의 이미지와 함께 매우 잘 어울렸다.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경찰국장 역으로 제임스 크롬웰 할아버지(?)가 등장했다. 그런데 딸이 너무 젊고 섹시하잖아. 딸과 나이 차이가 몇 이여-_-; 딸 이야기가 나왓으니 말인데, 그웬 스테이시는 너무 여기저기 피터와 얽혀 들어가는데 시각적인 이미지(왠지 히어로와 얽히는 섹시한 여자는 바보거나 이기적일거 같은)와는 달리 매우 착하고 똑똑한 아가씨로 나온다. 후속편에 다시 나오더라도 원작처럼 일찍 죽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신문사 편집국장의 개그는 정말 극에 극을 달린다. 이것저것 표현할게 많아서 정신없는 영화에 한줄기 신선한 바람이랄까? 저런게 정말 개그연기지 하고 생각될 정도이다. 여주인공 메리 제인은 이번에도 또 납치되고, 미끼로 쓰이고, 날라다니고, 떨어지고….나같으면 생존을 위해 피터와 떨어져 산다. -_-; 2편에서는 메리 제인이 잘나가고 피터가 궁상이더니, 3편에선 피터가 잘나가고 메리 제인이 궁상인데, 브로드웨이 여배우가 직업 찾기 위해 전전하는 모습이 갑자기 피터잭슨의 ‘킹콩’이 연상되어 버렸다.

영화사에서는 스파이더맨을 6편까지 만들 계획이 있다고 한다. 풍부한 원작과 관객들로부터의 지지, 그리고 받쳐주는 특수효과의 발전이 있는데 무엇이 문제이랴? 나머지 시리즈들도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는 속편영화가 되지말고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되길 기대해본다.

300

  • 스파르타의 일당백 전사들이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과 싸우다 진 이야기.
    (300명이 일당 100이면 3만명밖에 상대 못한다. 100만에겐 당연히 진다…;;)
  • 초반엔 살짝 야하고, 후반엔 처절하게 잔인하다. 보고 즐기는 영화로서는 100만점이다.
  • 과하게 탈색을 한 영상은 ‘밴드 오브 브러더스’의 탈색보다 훨씬 과장되어 일부러 만화적으로 만들었다는게 너무 의식되는 수준이다. 300원작 만화와 너무 똑같이 재현했다는 블로그들의 글이 많은걸 보니 그런면에서는 공을 많이 들인듯.
  • 횡스크롤의 길고 긴 슬로우모션은 액션을 보여주는데 탁월하지만, 너무 남발된거 같다. 그래봐야 오대수형님의 횡스크롤보단 약하다. 그리고 화살비가 두번 정도 나오는데, 자꾸 ‘영웅’이 생각나는건 왜 일까……;
  • 비슷하게 만화를 영화로 옮긴 ‘브이 포 벤데타’와 같이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듯하다. 공통점이 참 많다.
  • 역사 고증문제는 여러개 있지만, 어차피 만화를 그대로 옮긴 영웅물이다. 그것보다는 하필 미국이 만든 영화에서, 군사력을 이용해서 잔인한 노예제도와 침략을 일삼았던 스파르타인들이 자유를 외치며 용기로 맞서는 투사로 그린게 상처가 더 크다.
  • 주인공 제라드 버틀러는 연기는 훌륭했지만 고함소리 밖에 기억에 안 남는다. 스파르탄!! -_-; 저 포스터로 지름신2라고 패러디 된다면…당해낼 수 없을 듯.
  •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레나 헤디는 케이브에서도 꽤나 박력있는 근육질 여인으로 나오더니 여기서도 그렇다. 그런데 피부가…… 서양여자들은 너무 클로즈업하면 안된다는 교훈.
  • 파라미르 데이빗 윈햄이 반갑다. 말 잘하는 지적인 이미지는 여전하구나. 40대 중반 배우의 이미지치곤 너무 깔끔하다. 나중에 큰 주연 하나 따낼듯.

부그와 엘리엇 (2006, Open Season)

부그는 산악관리인 베스에게 길러져 야성을 잊고 공연장에서 재롱을 떠는 거대한 회색곰이다. 그러나 사냥꾼의 차에 받혀 잡힌 수다쟁이 사슴 엘리엇을 구해주고 나서 일상이 꼬여버린다. 끝내 야생으로 돌려보내진 부그는 베스를 그리워하며 집으로 돌아가려 애쓰지만, 사냥철의 시작과 함께 숲속 친구들과 사냥꾼들에게 대항하다가 친해져서 숲에 적응하게 된다.

단순한 스토리, 뻔한 캐릭터, 전형적인 미국 애니매이션식 웃음. 별로 새로울것 없는 애니매이션이다. 하지만 요즘같이 일부러 감상적인 내용을 넣으려고 애쓰는 영화가 많은 것을 비교하면 오히려 편하게 볼수 있는 애니매이션이다.

특히 캐릭터들이 뻔한 특징(부그와 엘리엇은 거의 슈렉과 당나귀 같은 설정이다)은 있어도 너무 귀여운 디자인이다. 눈썹파도의 애교를 떨고, 단것을 못참는 부그와 뿔이 하나밖에 없는 왕따 사슴 엘리엇. 모든 나무가 자기것이라는 다람쥐 군대와 댐공사를 하는 비버, 하나의 도구로 이용되는 토끼들, 딱 동네 아줌마들스러운 스컹크들(외국에서도 아줌마들은 그런가), 동물들의 반란이라는 망상을 가지고 있는(사실 실현되지만) 사냥꾼, 빅풋을 찾아다니는 부부와 가출해서 동물들 편이 된 애완견…..너무 너무 귀여움의 연속이다.

3D그래픽의 발전도 매우 놀랍다. 털들이 하나하나 살아 있는 동물들, 자연스러우면서 만화같은 물의 애니매이션. 3D이면서 별로 복잡하지 않고, 그러면서 디테일한 그런 화면들이었다. 아이맥스 3D로 감상하면 그걸 코앞에서 느낄수 있었다.

자막 보기를 귀찮아하는 여자친구를 배려하기 위해 더빙판을 감상했는데, 전문 성우들을 주로 사용해서 연기가 아주 좋았다. 요즘 애니매이션들을 스타들을 더빙에 사용해서 뭔가 어색한데, 그런걸 싫어하는 분들에게도 괜찮을 듯하다.

쉽게 즐길 애니매이션을 필요로 하는 분들께 추천. 단, 아이맥스 3D가 정말 실감나긴 했지만, 2인에 3만원이 가까이 되는 비용은 심하게 압박이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Night At The Meseum, (2006)

간편하게 즐길수 있는 영화라는 것을 소란스러운 아이들이 증명해주는 영화. 재미있는 발상에 잔인함도 없고, 코믹함과 짤막한 박물관관련 지식들, 우정과 사랑을 강조하는 엔딩.

‘메리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의 벤 스틸러, 주만지를 연상시키는 로빈 윌리암스, 그리고 여기저기 영화에서 보았던 낮익은 조연들. 그리고 미국역사의 유명한 여성 인디언인 사카주웨아 역을 한 미주오 펙이라는 여배우의 예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주라기 공원같은 등장이었지만 강아지의 정신을 가진 티라노사우러스 렉스의 화석, 껌타령하는 이스터 석상, 악동 원숭이, 로마병사들과 서부인들의 전쟁, 불에 목숨건 원시인, 유학파 파라오 미이라, 정에 굶주린 훈족, 모두 영화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이다. 다만 자막이 마빡이라든지, 이건 아니잖아 같은 유행어를 너무 남용하는 번역인데다가, 뻔한 엔딩은 아쉬운 점이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047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