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해버린 “쩐의 전쟁”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박인권 작가의 “쩐의 전쟁”은 다소 어거지 설정이 많아서 독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심했다.

5월 27일에 웹사이트에 올라온 “황금 벌레” 제 5화에는, 1944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해군과 미국 해군간의 전투 사이에서 사라진 황금 수송선을 다루고 있는데, 미 해군이 너무나도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헬 다이버는 나오지도 않는다...

SH-3 시킹 핼리콥터는 1961년에 도입된 기체이다. 전자전용 기체인 E-2 호크아이는 1960년에 도입되었다. 영화 탑건으로 유명한 F-14 톰캣 전투기는 1974년 도입된 기체이고, 전천후 다목적 전투기인 F/A-18은 1983년도에 도입된 기체이다.

이런 기체들이 한번에 1944년에 등장한다! 하하하.

여기서 생각나는 영화가 있는데, 바로 “파이널 카운트다운”이다. 이 영화는 미국 최신예 항공모함인 니미츠가 이상한 기상현상을 통해 진주만 기습이 있기 바로 전으로 시간이동을 하게 되고, 일본의 기습 부대를 공격해서 미국의 치욕인 진주만 기습을 막으려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아픔을 어떻게든 분풀이 하려는 심리에서 만들어졌다는 평도 있고, 생각해볼 면도 있다는 평도 있던,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였다.

어째튼 만화가의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한바탕 웃어 보았다.

파이널 카운트다운에 대한 참고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035
http://www.imdb.com/title/tt0080736/

반쪽짜리 속편, 인디아나 존스4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 글은 스포일러가 군데군데 있습니다)

사실은 이 글의 제목과 달리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인디아나 존스의 귀환만으로도 감동인데, 그의 아들까지 등장하고, 끊임없는 모험과 액션에, 존 윌리엄스의 음악까지 깔리니 끝장이었습니다. 예전의 팬 뿐 아니라 새로운 관객까지 배려해서 즐기는 영화로서도 훌륭하더군요.

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역시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3에서는 인디와 헨리 두 부자의 아웅다웅거리기와 갈등해소가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등장인물이 많아서인지 그런 인물설정의 축이 없습니다. 고작 마리온과 인디의 키스씬을 방해하는 철부지 아들로서의 행동 정도죠.

인물이 많아졌다고 하니 말인데, 인디아나 존스의 팀원이 무척 많습니다. 인디, 마리온, 머트, 맥, 옥슬리교수…. 그러다보니 정신없는 정글액션에서 누가 누군지 헤깔리고 이해도가 낮습니다. 인디아나 존스의 특기인 아슬아슬한 부비트랩 헤쳐나가기도 그저 퍼즐정도로 처리되었구요.

게다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큰 핵심요소인 유머코드 말인데, 그게 거의 사라졌습니다. 죽어서도 웃기려 노력하는 마커스의 동상 머리 구르기는, 인디아나 존스의 심각한 얼굴이 그 웃음을 막아버립니다. 뱀을 잡기 무서워서 떼쓰는 인디아나 존스는 웃기지만 그의 뱀 공포증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별로 웃길 내용이 아닙니다. 생긴걸로 봐선 웃길 맥도 전혀 웃기지 않습니다. 옥슬리 교수도 그저 3번 떨어진다고 말해서 나중에 그게 폭포였다라는 거 외엔 재미가 없습니다. 그외엔 코믹 캐릭터가 없죠. 인디아나 존스의 유명한 권총 장면같이 웃음을 크게 터트릴만한 장면이 없이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차거운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할 스팔코역의 케이트 아줌마는 별로 무섭지도, 별로 냉정하지도 않은 어정쩡함을 보여주더군요. 그냥 추적에는 최강이라는 정도와 소련식 말투를 참 열심히 연습했다는 정도.

예전의 클래식함을 살리려고 디지털 작업을 최소한으로 줄였다느니 뭐니 하는 홍보도 있었는데, 그것도 동의하기 어렵네요. 핵폭발 장면이나, 정글과 낭떠러지 장면, 나중에 외계인의 장면까지 전체적으로 CG의 비중은 어느 블럭버스터 못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화면도 이미 CG처리가 되서, 50년대의 느낌이 나는 부분은 일부러 살짝 바셀린을 바른듯한 회상장면 같은 느낌을 살짝 주게한다거나, 정글 부분은 좀더 풀숲의 색을 강조하고 밝고 어두움을 가미한다거나 하는 최근영화의 디지털 리터치의 느낌이 분명히 있습니다.

또 한가지…
마지막 장면은 너무 스필버그스러운거 아닙니까? 하하. 인디아나 존스가 원래 루카스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더 컸던 영화인데, 4편은 이래저래 스필버그의 냄새가 심하더군요. 많은 인물의 정신산만함이라던지, 중간중간 나오는 동물들과의 교감(?)이라던지도 그런듯 하구요. 옥슬리 교수가 다른 차원이니 우주와 우주의 틈새라느니 하면서 너무 친절히 설명하려는건 좀 옥의 티로 보입니다.

그래도 뭐…인디아나 존스가 원래 따지면서 보는 영화는 아니죠. 이래저래 따지는거 좋아하는 저도 영화 볼 당시에는 그런거 생각않고 잘도 봤습니다. 그만큼 생각할 틈 없이 진행하는 템포도 빠르고, 재미도 있고, 볼거리도 많고, 주인공들도 충분히 멋진 그런 영화입니다. 인디아나 존스 팬들은 당연히 봐야 하는건 말할것도 없고, 후속작이라도 나온다면 그 연결고리가 될테니 보시길 추천합니다. 샤이아 라보프가 인디의 중절모를 쓸려던 찰나에 인디가 도로 빼앗아 버렸기 때문에 후속작의 주인공이 누구일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요.

디지털의 발전이 살려낸 고전, 베오울프 (Beowulf, 2007)

최근의 영화는 디지털 기술 없이는 만들어 낼수가 없다. 시나리오부터 촬영, 편집, 상영까지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들이 사용된다. 특히 3D그래픽과 특수효과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재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던 반지의 제왕의 거대한 전쟁도 무난히 표현하게 되었다. 반지의 제왕의 10만명이 나오는 전쟁장면에서 실제 배우는 2,3천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나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 배우가 필요없는 영화가 나오게 될것이라고 예상하곤 했다. 그러나 실사영화에 특정 인물이나 괴물을 3D로 넣은 영화는 성공했지만, 완전한 3D 캐릭터가 실사 인물을 교체한 영화는 실패했다. 현실과 지나치게 닮은 3D캐릭터는 약간의 어색함이 사람들에게 더 큰 거부감을 일으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도는 계속되었는데 그 절정이 바로 “베오울프”이다.

베오울프는 풀3D 애니매이션이지만 무척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실사 영화처럼 보인다. 모션캡춰 수준이 무척 높으며, 특히 표정 연기까지 살린 점이 주효했다. 영화 내용상 인간끼리의 갈등을 표현해야 하므로 표정연기는 필수였다. 영상 자체도 기술자랑적인 면보다는 자연스러운 영상에 주력했고, 액션장면도 매트릭스같은 초인적인 액션보다는 적당함을 유지했다. 칼이 녹아버리거나 용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3D로서의 장점도 살리긴 했지만 말이다. 가장 중요한건 홍보인데, 3D애니매이션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자랑하지 않고 일반 영화인척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덕분에  3D에대해 눈썰미 없는 관객을 일반 영화인줄 알기도 했단다. 중간중간 베오울프가 좀 오버액션할때 빼곤 참 대단히 현실감 있는 그래픽이더라. (특히 안젤리나 졸리의 누드가….ㅎㅎ)

베오울프는 고대 영국의 영웅시에서 비롯되었고 여러번 영화화 되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 다른 시도를 했는데, 바로 베오울프의 부정을 통해 3가지 전투를 하나로 묶은것이다. 원래 베오울프 영웅시의 3가지 전투중 앞의 두가지는 그렌델과 그렌델의 어미를 죽이는 것이라 연결이 되지만, 마지막 용은 좀 동떨어진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그렌델의 어미를 죽였다는 내용을 그녀와 베오울프의 결탁으로 바꾸면서, 용의 습격도 바로 그 부정의 산물로 표현했다. 흐로드가르가 그렌델의 공격을 받지 않은것도 영웅시에서처럼 신의 가호보다는 흐로드가르가 그렌델의 아버지라는 암시로 풀어간다. 그 결과 단순히 초인적인 전투능력과 자기 이름을 외치는 배짱만 있는 베오울프는 인간적인 약점이 있는 현대의 영웅이 되었다. 베오울프 자신도 마지막 출정에서 왕비에게 자신을 평범한 인간으로 봐달라고 한다. 베오울프 제작진이 가장 바라던게 그거 아니었을까?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3D 애니가 아닌 영화로서 보는 사람에게는 너무 평이한 내용과 액션이 아닐까 싶다. 멀고먼 지구 반대쪽 나라의 천몇백년전 이야기이고, 영웅담으로서의 비장함은 300이나 글라디애이터에서 충분히 봤을테고, 액션은 요즘 영화들은 날고 기니까 말이다.

베오울프 원작 :
http://en.wikipedia.org/wiki/Beowulf
http://ko.wikipedia.org/wiki/베오울프
네이버 영화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7236

아이언 맨, 재미있었습니다.

사실은 영웅물이라는게, 일반적인 SF매니아나 메카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썩 맘에 드는 설정들은 아닙니다. 기껏 나오는 과학소재라야 방사능 노출로 인한 유전자 변이정도이고, 대부분 초능력, 외계인 등에 의한 영웅들이니까요. 돈쳐바른 영웅 배트맨도 사실 메카닉 무기라곤 배트카 정도이고, 대부분은 첨단기술을 적용한 닌자무기(?)와 근육을 이용 할뿐이죠.

그런면에서 아이언 맨은 정말 흥미로운 영웅물입니다. 토니 스타크는 뭔가를 개발하기에 돈이나 능력이나 환경이나 부족함이 없는 이상적인 인물입니다. (가슴에 파편이 박혀서 원자력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패널티가 있지만) 거기에다가 최강의 파워 슈트를 개발하는 과정을 차례 차례 보여주고, 그 개발하는 작업실도 극상의 첨단을 보여줍니다. 파워슈트로 영웅이 될수 있다는 점과 그걸로 초인적인 전투를 한다는 자체도 소년의 꿈 레벨이죠. + 무려 기네스 펠트로우가 비서입니다.(중요)

그런 점 외에도 재미있는 점은 많습니다. 납치된 후 탈출하는 아슬아슬한 과정이나 개량된 아이언 맨이 보여주는 화끈한 액션도 재미있고, 여러 캐릭터와 아웅다웅 하고 농담따먹기 하는 장면도 웃깁니다. 게다가 단순히 아이언맨 영웅 하나만 보여주기보단 실드라는 마벨 세계관 요소 도입하고 있어서 후편에서 다른 영화의 영웅이 난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 자체도 워낙 시원시원하고, 섹시하고, 재치넘치기 때문에 어두운 배트맨에 비해 10배는 매력적입니다. 기네스 펠트가 연기한 펩퍼 포츠는 주인공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내조하는 것이 알프레드급입니다.(게다가 미녀. 중요함) 제임스 로드가 연기한 테렌스 하워드는 사실 원작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했던건 아니지만, 이야기 진행에 꼭 필요한 양념 캐릭터였죠. 엔드 크레딧후에 나와서 후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사무엘 L 잭슨도 정말이지 억소리 나게 해줍니다. ㅎㅎㅎ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완성된 아이언맨의 화려한 액션이 테러리스트와 한바탕 싸운거랑 F-22와의 전투, 아이언 몽거와의 전투 정도인데, 그 양이 적다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결판인 아이언 몽거와의 전투는 출력 부족으로 쳐맞다가 얍삽이로 이기는 정도라서 아쉬워요. 악의 근원을 그저 ‘소수의 부정한 군수업자가 테러리스트에게 무기를 공급해서’ 수준으로 처리한다는 것도 이 영화의 한계입니다. 실제 무기나 군수업체보다 더 근원인 국가간의 이권다툼이나 패권주의 같은건 근처에도 안갑니다. 영웅영화에 더 이상을 바랄수는 없지만요.

눈에 띄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주인공의 회사인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로고입니다. 아시는 분은 알아보시겠지만, 록히드 마틴의 로고와 아주 비슷하죠. 록히드 마틴은 현재 미국의 최대 군수산업체로, F-22, F-117 스텔스기, SR-71 초음속 정찰기, U-2 고고도 정찰기등 시대를 초월하는 최첨단 무기를 만들어낸 회사입니다. 특히 그 첨단기술을 개발해내는 스컹크 웍스라는 연구소와 그 연구소를 지휘하는 천재들의 재미있는 일화도 매니아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걸 보면 회사 특성도 조금 비슷하군요.

영웅물이나 메카닉물 좋아하는 분들에겐 적극 추천할 영화입니다. 별 4개쯤?

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 2007)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무슨 윈도 패키지 이름같이 ‘본’ 뒤에 단어 붙여가며 시리즈로 팔아먹은 액션 영화의 마지막을 봤습니다.

본 시리즈의 특징을 잃지 않고, 쉴틈없는 도망(특히 쩔뚝거리는 빠른 걸음)과 맨손 격투, 두뇌싸움을 보여주는게 무척 매력적이더군요. 스케일은 더 크고 더 깊어졌으며, 적들은 더 교묘해지고, 제이슨 본의 감각은 더 날카로워졌으며, 드디어 근원으로 가서 제대로 끝맺음을 합니다. 게다가 시리즈 처음에는 단역에 가까웠던 닉키가 이제 여주인공 역까지 올라간것도 재미있구요. 그리고 제이슨 본이 2편 본 슈프리머시에서 러시아에서 도망치는 장면부터 3편이 시작해서, 3편 중간이 2편 마지막 파멜라 랜디와의 통화와 연결되는 편집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특징들은 잘 살렸지만, CIA하는 짓도 맨날 그저 돈과 장비 충분한 암살집단뿐인데다, 본의 근원도 그리 대단치 않았다는게 다소 아쉽긴 합니다. 1편 2편에서처럼 암살 당할뻔 하고 도망치고 반격하는게 반복되는 것은 몇년 차이를 두고 봐서 그렇지, DVD로 연속해서 보면 질리겠어요.

맷 데이먼은 역시 본에 어울립니다.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참고 싸우며, 여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무뚝뚝하고 무섭지만 본성은 착한 그런 느낌이 여전히 이어지죠. 톰 행크스가 독일군으로부터 구해내길 정말 잘했습니다.(뭔소리)

정말 영화다운 영화 “바르게 살자”

“바르게 살자”를 뒤늦게 봤습니다. 오랫만에 웃으면서, 그러면서 적절히 엉덩이에 무게 유지하며 본 한국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영화같은’영화입니다. 우선 비현실적인 요소가 널려있죠. 원리원칙대로 사는 주인공이라는 점이 우리나라에서는 비현실적이고, 그게 무려 경찰공무원입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덕분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그 괴리를 유머로 승화시킨 영화입니다. 게다가 그런 주인공이 ‘능력’도 있어가지고, 상사의 “진짜처럼 해라”라는 훈련명령을 곧이 곧대로 완벽하게 해버린다는 건 정말 실없는 웃음이 나오게 만들 지경입니다. 더욱이 주인공 이름이 ‘정도만’이에요. 정도만 간다 이거죠.

이런 설정은 웃음뿐 아니라 뭐든 ‘적당히’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허를 찌르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걸 웃음으로 풀어간 것이 영화만이 할수 있는 매력이죠. 우리가 그동안 웃길려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는 많지만, 대부분 마지막에 마지못해 억지 눈물이 나올 장면 한두개 끼워넣은 그런 영화만 만들어왔지요. 이 영화는 오히려 설정 자체가 진지한 요소를 가지고 있고, 풀어나가는 방법이 웃긴 그런 영화입니다. 어떤면에선 오랫만에 재대로 나온 영화입니다.

영화는 중간에 좀 지루해지기도 하고, 오락적인 요소가 좀 줄어들기도 합니다. 은행강도를 소재로 했다면 뭔가 화끈한 진압전이나 협상이 긴박하게 이루어질만도 한데, “네고시에이터”수준의 긴박감까지는 발치에도 가지 못합니다. 영화가 현실과 비현실의 틈새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웃음을 주는 건 좋은데, 우산들고 춤을 추는 장면등의 너무 비현실로 깊이 갔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도 있습니다. 저건 영화가 아니라 뮤지컬 장면이죠. 해결못한 사건이 우연히 발견된 채권으로 잘 처리되어버리는 해피엔딩도 좀 껄끄럽습니다. 하지만 뭐 즐겁게 본 영화이니 봐주기로 했습니다.

주인공 정도만의 캐릭터는 정재영씨에게 무척 어울립니다. 잘생긴 얼굴이지만 주인공의 고집있는 순진함이라는 느낌이 풍기거든요. 상사 역의 손병호씨도 차거울거 같은 마스크에서 역으로 당한다는 느낌이 워낙 재미있습니다. 다른 조연들도 참 척척 달라붙고, 특히 은행원역의 이영은씨도 주인공과 어울리고 귀여웠습니다.

안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한국영화를 무척 편식해 보는 제가 오랫만에 큰 점수 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 (ゲド 戰記, 2006)

원래 환타지나 SF영화를 볼때는 몇몇 부분이 이해가 안되도 ‘그저 그러려니~’하고 넘어가주는게? 예의이긴 합니다. 반지의 제왕같이 영화화를 나름 잘했다는 평을 듣는 작품도 영화의 상영시간안에 몇권짜리 책내용을 다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 애니, 게드전기의 경우는 그게 도를 넘었습니다. 아렌은 왜 자기 아버지를 죽이는지, 그림자는 무엇인지, 왜 세상이 막장 분위기인지, 게드는 어떤 인물이며 마법사는 무엇인지, 테나는 게드랑 무슨 관계인지, 테루는 왜 저리 삐쳤는지, 거미는 왜 아렌을 가지고 노는지, 계속 등장하는 벼랑에서 보는 노을은 무엇인지, 왜 용이 인간으로 변신하고 있었던건지, 세상 망하거나 마법이 사라진건 해결 안하고 뭐하는건지, 무엇하나 설명이 되는게 없습니다. 이해가 되는 부분은 고작 느긋하게 농사지으며 게드가 설명해주는 마법의 원리(진짜 이름을 사용해 명령을 내리는)와 그것을 함부로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 정도죠. 설명이 부실한걸 원작을 보고 알수 있으면 다행이긴 한데, 들은바로는 원작과도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뭔가 이야기의 실마리나 구심점이 되야할 악당 거미도 뭐 그저그런 욕심만 앞서는 악당일 뿐이고, 부하들은 흔하디흔한 소인배입니다. 숙적을 처형하는데 날짜 정해서 미루다가 주인공에게 당한다라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 전개와 그저 도망만 치다 죽는 운명을 가졌죠. 그리고 악당 죽였다고 모든게 해결되어 버리고, 두 남녀 주인공들이 좋아하게 되는것도 유치합니다. 심각한 분위기로 치면 거의 원령공주급인데, 캐릭터나 이야기 진행이 전부 유치하거나 어설프니 되는게 없습니다. 분위기에 밸런스를 맞춰줄 코믹한 장면도 수다쟁이 아줌마들이나 게드가 얼굴 변신시키는 부분 뿐이라 아쉬웠습니다.

이 애니는 참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팬들에게는 고로 감독이 역시 아버지만큼은 못된다는 평을, 원작인 어슐러 르귄의 소설 팬들에게는 원작과 너무 다르다거나, 주제를 살리지 못했다는 욕을 먹었습니다. 일본 애니매이션들이 대단하긴 하지만, 몇몇 OVA나 극장판들을 제외하고는 너무 상업적이기만한 작품들이 많고, 그나마 작품성과 상업성을 고루 갖춘것이 지부리의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지브리가 감독들의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 작품에서 여실히 드러났죠.

이 작품의 좋은 점을 꼽으라면, 역시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라는 것을 확연히 알수 있는 멋진 풍경(그림의 디테일은 최근 작품보다 못하지만), 깔끔한 캐릭터 디자인, 은근히 흡인력 있는 음악 정도입니다. 특히 하이타카의 테마곡이나 하이타카가 아렌과 만난 다음날 길을 갈때 나오는 음악은 제가 잠시 중독을 일으킬 정도로 좋았습니다.

캐릭터 디자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거미의 직속 부하 디자인은 아무래도 나우시카의 ‘크샤나’공주의 부하와 너무 똑같군요. 하는 짓은 더 얍삽하지만 말입니다. 마약장수 할아버지는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에서 나왔던 중과 같은 디자인이고 말입니다. 마지막에 남녀 주인공이 만나러 와도 되냐면서 묻고 헤어지는 장면도 원령공주의 엔딩과 너무 같습니다.

어째튼 지브리 스튜디오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후계자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서 안정된 작품을 만들길 바라면서 아쉬움을 남겨봅니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새작품인 “절벽 위의 포뇨”도 기대됩니다.

ps. 우리나라 더빙으로 볼때는 ‘게드’였는데, 일본어 더빙에서는 ‘하이타카’군요. 간달프처럼 이름이 여러개인걸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왜 일본과 다른 이름으로 더빙했을까요. 이래저래 궁금한게 많아서 조금이라도 이해할려면 기회가 되는데로 원작 소설을 사 봐야겠습니다.

ps. 이름의 경우는 찾아봤더니 ‘게드’는 진정한 이름이고(신뢰하는 사람 외에 알려줘선 안됨), 평상시 사용하는 이름이 Sparrowhawk인데, 이것을 우리 말로는 “새매”라고 번역하고, 일본어로는 “하이타카”라고 번역한다고 합니다. 그럼 애니의 한국어 더빙판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게드라고 부르던데, 가까운 사람외에는 알면 안되는 이름이니 잘못된 것이군요.

해킹이나 고스트는 공안9과에게나 줘버리라구. 애플시드 엑스마키나를 보고.

애플시드 엑스마키나
원제 – Appleseed Saga: Ex Machina

애플시드는 일본 SF만화 팬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입니다. 공각기동대의 원작자로 유명한 시로 마사무네라는 만화가가  그보다 먼저 그린 작품이죠. 공각기동대와 비슷하게 특수부대에서 전투력 짱인 여주인공과 그의 보호자격인 사이보그 브리아레오스 H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도시나 세계3차대전 이후를 다루고 있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두 작품이 다른것은, 공각기동대는 고도로 발달한 네트워크에 의한 범죄를 해결하면서 인간의 자아나 사회현상 같은 개념을 다루고, 애플시드는 고도로 발달한 사이보그나 로봇에 의한 범죄를 무력으로 해결하며 인류의 진화와 기계와 인공지능, 국가간 대립등을 다룬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공각기동대는 개인과 개인을 다루고 소프트웨어적이며, 애플시드는 규모적이고 하드웨어적입니다. 그리고 액션은 공각기동대식 돌격보다는 SWAT 교본을 보는 듯한 팀플래이와 엄폐/엄호를 기준으로 합니다.무조건 돌격하기 보단 몸을 드러내지 않고 관찰하기 위해 주인공의 랜드메이트나 사이보그들이 카메라를 길게 뽑아서 쓰는것이나 랜드메이트의 조작방법 등, 미래적 설정을 넣더라도 하나하나 리얼리티를 살리고 있죠. 물론 두 주인공의 닿을듯 말듯한 사랑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에피소드의 양념 수준에서 마무리 됩니다. 인간과 사이보그의 사랑이라는 애절함을 감질맛으로 처리해버리는 작가의 고단수 전략이 숨어 있죠.

여기까진 원작 이야기입니다. 이제 엑스마키나를 이야기 해보죠. 애플시드 엑스마키나의 기본 줄거리는 테러리스트들이 개인간의 개성을 없애기 위해 국가 안보용의 위성 네트워크와 개인 정보 단말기를 이용해 모든 인간의 의식을 네트워크로 하나로 만들려고 하지만, 사실은 이게 마인드 컨트롤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상향과는 거리가 멀고, 주인공들이 나서서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개인의 의식을 해킹하고, 국가 기간망을 해킹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주 내용입니다. 이게 애플시드입니까, 공각기동대입니까? 게다가 관객은 베일에 쌓여 있는 인물인 브리아레오스의 꽃미남 마스크도 알수 있고, 그 꽃미남이 “세상이 망하더라도 너는 지켜줄께”라는 초닭살 멘트를 날리는걸 들어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브리의 클론이 나와서 페이스오프 흉내도 냅니다.(역시 오우삼..) 엄폐나 엄호는 커녕 애인의 난사를 비집고 공중제비하며 총을 쏘는 듀난이라는 뻘짓도 봐야 하고, 몸 날리기나 비둘기, 탄피 흩뿌리기라는 홍콩영화식 미장센은 덤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다 꽃미남 꽃미녀이고, 험악한 인상의 아르게스가 (원작에는 FBI였는데, 여기서는 포세이돈 똘마니) 밸런스를 맞춰준다고 해도 너무 느끼합니다. 그외에 살짝 세계관도 바꿔놨는데, 설명하기 귀찮으니 넘어가죠. 하여튼 너무 버터칠 해놨습니다. 이게 애플시드를 영화화 한건지, 애플시드에서 차용해서 그냥 꽃치장 영화를 만들어 놨는지 의문입니다.

주제나 전개과정, 연출도 너무 도식적이고 뻔합니다. 범인이 동기가 별로 없습니다. 좋아하던 여자 박사가 자살해서 부활시켜 놓고 세상에 복수한다는 거였을까요? 이상론을 펼치지만 어차피 개인을 네트워크로 이어버린다고 평화롭게 하나가 되진 않습니다. 그건 매트릭스 영화에서 아키텍터가 네오에게 설명했죠. 거기다 그 사람들을 조종해서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을 죽인다는건 어차피 병정놀이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인간들이 연결되었는데, 그 장점을 살려 지능플래이를 하기는 커녕, 그냥 어기적 거리며 돌진하는 좀비에 불과하게 표현된건 안타까울 뿐입니다. 흔하디 흔하게 영화에서 보여진 사이버 테러, 그리고 그 뻔하고 뻔한걸 당하고 나서야 이해하는 주인공들과 조직들, 그리고 해킹사건을 총들고 쳐들어가 해결하려는 모습은 마치 다이하드 4.0에 나오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영웅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들을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역시 총들고 맞이해주는 적들은 참 친절하죠. 거기다 브리아레오스가 해킹당하는건 좋은데, 그걸 꼭 금속으로된 머리에 핏줄이 서는 말도 안되는걸로 설명해야 합니까? 드론들 수천기가 꼭 매트릭스의 로봇들 흉내내서 빨간불켜고 줄줄이 뱀처럼 날아다녀야 합니까? 여자보스 샌드 박사는 완전 캐리건이네요. -_-; 마지막에 기지 무너지는건 유명한 라퓨타의 밑장빼기 아닙니까? 브리아레오스의 칼질이나 랜드메이트의 공중전은 너무 건담스럽습니다. 연출이란 연출이 전부다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라서 마지막까지 지루해지는데, 마지막 대사들까지도 버터칠이니…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설정도 있습니다. 오픈소스나 자유소프트 진영에서 아주 싫어할만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바로 인간들을 해킹하는데 사용되었던 개인 정보 단말기 ‘커넥서스’에 대한 설명에 “오픈소스로 디자인을 공개해서 누구나 만들수 있어 널리 퍼졌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오픈소스는 내용이 공개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같은 테러 요소가 숨겨질수가 없습니다. 커넥서스는 오픈소스인데 어째서 인간을 해킹할수 있는 알고리즘을 아무도 눈치 못채고 양산했을까요? 그리고 정작 소스가 아닌 커넥서스의 파편을 가지고 모든 흑막을 밝혀낸 요시츠네는 천재?…원래 랜드메이트 전문가 아니었어?

그래픽은 멋집니다. 이제 일본 사람들은 3D의 이질감이나 리얼리티의 부족을 2D셀화의 스타일을 흉내내는 걸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은듯 합니다.(이거 셀화 작업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애니업계에 안좋은 거 아닌가요?) 이전 애플시드 극장판은 일반적인 애니 같은 단순한 렌더링 이었다면, 엑스 마키나는 미색계통의 색감을 텍스쳐로 사용해서 마치 일본 미소녀 게임들에 사용하는 미려한 일러스트 같은 느낌을 줍니다. 움직임도 더 자연스러워지고, 표정도 풍부해졌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애플시드의 묵직함을 느끼기보단 그저 보여주기 위해 뻔하고 뻔한 이야기의 블럭버스터 영화 한편 본것 같은 느낌인 것을 해소할 방법이 없네요.

ps.
이 영화는 마치 느끼 대사 베스트 30을 뽑아보란 듯이, 느끼하고 똥폼 잡는 대사들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감상문에 몇개 적어보려고 했다가, 한도 없어서 그만둡니다.

ps.
엑스 마키나?라는 말은 전에 들어보셨을 겁니다. 진중권씨가 디워를 비판하면서 말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용어와 같은 단어거든요. 기계장치에 의한이나 기계장치로부터 라는 의미입니다. 영화에는 기계장치에 의한 인간의 통합, 그리고 사이보그나 바이오로이드같이 인간이 만들어낸것에 의지하는 인류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목의 무게감을 영화의 뻔한 연출로 망쳐 버렸습니다.

ps.
처음 교회 전투씬에서 망토를 걸치고 있던 사이보그의 모습이, 원작 만화 팬들에게 많이 익숙할거 같습니다. 바로 듀난이 프랑스 진압 임무때 착용했던 파워 슈츠 “오크”의 디자인입니다.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Appleseed_Ex_Machina
http://www.imdb.com/title/tt1043842/

로스트 인 스페이스 (Lost In Space, 1998)

2058년 지구는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으로 미래가 없는 상태가 된다. 게다가 지구전복단이라는 테러리스트들에 지구는 혼란 상태이고, 우주개발 시설들은 계속 테러를 당한다. 그래서 쥬피터2호 우주선으로 10년간 우주를 날아 알파 프라임 행성에 도착한 다음, 하이퍼 드라이브 게이트를 만들어 지구인들을 이주시킬 계획을 세운다. 쥬피터 2호에는 존 로빈슨 교수와 그의 가족들(가족들도 다들 무슨 박사들이거나 꼬마천재들이다 -_-)과 조종사가 탑승할 계획이었으나, 조종사가 테러를 당해 전쟁 영웅인 웨스트 소령이 조종사를 대신한다.

하지만 지구전복단의 사주를 받은 탐사팀의 의사, 스미스 박사가 우주선내 로봇에게 로빈슨 가족을 죽일것을 프로그래밍하고, 그 자신도 지구전복단의 배신으로 우주선내에 기절한다. 우주선이 우주로 발진하고 가족들이 냉동된 상태일때 로봇은 공격을 가하고, 우주선의 항해시스템이 파괴되어 우주선은 태양으로 향하는 위기가 닥친다. 게이트가 완성되지 않은 채로 하이퍼 드라이브를 작동하는 것은 방향을 알수 없는 모험이지만, 존 로빈슨과 웨스트 소령은 어쩔 수 없이 하이퍼 드라이브를 가동시키고 낮선 우주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길을 찾던 쥬피터2호와 가족들은 또 다른 지구 우주선을 발견하고, 그 우주선이 훨씬 미래에 자신들을 구조하기 위해 추적해온 지구 우주선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거미형태의 외계생명체를 만나게 되고 전투를 벌인다. 그 과정에서 스미스가 거미에게 부상을 입고, 우주선이 폭발하면서 쥬피터2호는 근처 행성에 불시착한다. 그리고 다시 우주로 나가기 위해 보충하기 적당한 에너지원을 발견하고 존 로빈슨과 웨스트는 그곳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 장소에서 발견한것은 파괴된 쥬피터2호와 여성 가족들의 무덤,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나이든채 타임머신을 만들고 있던 막내 윌 로빈슨, 그리고 끔찍한 괴물로 변해버린 스미스였다. 결국 존 로빈슨은 지구를 정복하려는 스미스를 처치하고, 그를 제외한 가족들은 우주로 나가려다 파괴되어 가는 행성에서 충분한 출력을 얻지 못해 추락하고 만다.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한 나이먹은 윌은 존을 자신의 타임머신을 이용해 추락하기 전인 쥬피터2호로 돌려놓고, 존은 기지를 발휘에 가족들을 구한다. 다시 우주로 나간 쥬피터2호는 하이퍼 드라이브를 가동해 멀리 떠나간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1965년의 동명 TV시리즈를 극장판 영화로 리메이크 한것입니다. 최첨단 특수효과와 세련된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장했지만 우주선 선내나 로봇등의 디자인(윌이 다시 만든 것)은 예전 TV시리즈 디자인을 상당히 재사용했고, 전체적인 스토리도 같다고 합니다. 60년대의 TV시리즈에서는 지구의 걱정거리가 인구과잉이지만, 90년대의 영화에서는 환경오염이라는 점도, 시대별 이슈를 간접적으로 알게 해줍니다. 시대에 맞게(?) 가족들을 위협하는 단체도, 적국의 정부 요원이 아닌 테러리스트로 바뀌었습니다. TV시리즈에서의 배경은 미래인(?) 1997년인데, 1998년에 영화로 다시 만들어진것도 참 흥미롭습니다.

이 영화는 따져보면 사실 문제가 많은 영화입니다. SF로는 너무 비과학적인 요소가 많고, 액션영화로서는 총질 몇번에 몸 던지기 몇번이 전부입니다. 가족 영화로는 타임머신과 많은 등장인물 덕분에 너무 복잡하죠. 그런것치고는 편집을 참 잘한 영화긴 하지만요. 가족이 모조리 모험을 하며 자신들의 문제를 가족으로서 해쳐나가는 너무나 미국취향 이야기이기도 하죠. 가족들이 전부 천재에 미남미녀라는것도 사기인데 몸짱 조종사까지 거기에 합류합니다. 지구 구원보다는 지네들끼리 천국 만들려고 작정한거죠.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좋아한 이유는 내용보다는 특수효과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특수효과는 10년이 지난 지금 수준에서도 A급이라고 봐도 될만한 정도거든요. 이 영화는 90년대  헐리우드 특수효과의 총결산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미니어처 촬영, CG 합성, 원격 컨트롤 로봇, 의복과 세트, 풀 3D 캐릭터(외계인 원숭이 블랍), 괴물 분장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이 투입되었습니다. 특히 인체 냉동당시에 각종 센서가 체형에 맞게 펼쳐지는 장면이나 웨스트의 전투용 헬멧, 윌의 로봇 원격 조종 그래픽는 신문 같은데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블랍의 풀 3D캐릭터는 3D MAX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래픽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유명했고, 하이퍼 드라이브를 할때 붕 떠 있는 캐릭터들 주변을 카메라가 도는 것은 비슷한 특수효과로 유명해진 매트릭스보다 1년 앞서서 선보인 특수효과였습니다.

배우들은 아버지 존 로빈슨 역에 “거미 여인의 키스”로 유명한 윌리엄 허트, 엄마 역엔 X파일에서 밉상인 여자 요원으로 나왔던 미미 로저스, 스미스 역으로는 악역 연기의 대가 개리 올드먼입니다. 개리 올드먼은 여기서도 참 치사하고 영악하고 쫌스럽고 반쯤 미친 악당으로 나오죠. 두 딸인 해더 그레이엄과 러시 처버트는 영화에서 무척 예쁜 10대였는데, 지금도 잘 컸더군요. 므흣. 막내인 윌역의 잭 존슨은 연기를 접고 클래식 음악 작곡을 한다고 합니다.

ps.
이 영화는 첫부분 로고를 안봐도 워너 브러더스의 영화라는 것을 알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웨스트 소령이 의료 담당인 주디 로빈슨에게 작업을 걸때, 창문에 손가락으로 그리는 그림들이 참 유치하게 벅스바니거든요. -_-; PG-13 등급에 맞춰서 웨스트 소령 머리에 물을 부어주고 끝내버리는 주디는 무척 아쉽습니다. ㅎㅎ

ps.
영화 처음부분에 웨스트 소령이 타고 나오는 전투기에서 B윙을 연상하고, 쥬피터2호가 폭발하는 행성을 탈출할때 밀레니엄 팰콘을 연상한건…스타워즈 매니아로서의 병인가요? 아니면 원작 드라마에서 루카스가 아이디어를 얻었나…

참고
http://www.imdb.com/title/tt0120738/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088
http://en.wikipedia.org/wiki/Lost_in_Space_%28film%29

근육질 할아버지 람보를 보고오다. – 람보4

공식적인 제목은 Rambo인데, 람보4라고도 불리고, 존 람보(John Rambo), 라스트 블러드(Last Blood)등 수많은 제목으로 불리고 있는 람보 시리즈 4번째 영화를 보고 왔다. 제발 영화만들때 임시제목 좀 자꾸 바꾸지 마라..;;


영웅은 등짝으로 말한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는 정말 화끈하다. 액션의 시원함과 화려함만으로 치면 최근 어떤 영화와도 상대가 가능할 정도로 대단하다. 그만큼 실베스터 스텔론의 노익장은 대단하고,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근육과 스피드를 보여준다. 람보의 첫 권총 사격으로 순식간에 4,5명의 해적을 죽이는 것이나, 활로 기습을 하는 장면, 추적을 받을때 부비트랩을 만들고 뛰는 장면은 나이에 안어울리는 스피디함의 진수이다. 게다가 마지막에 테마음악이 흐르며 귀향 하는 장면은 시리즈의 마무리를 제대로 해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마지막에 입고 온 옷은 첫편에서 본것과 칫수가 너무 다르잖아!)

하지만 이 영화는 거북한 면이 많이 있다. 일단 지나치게 잔인하다. 몸이 뚫려 죽는건 평범하고, 몸통채로 잘리거나 젤리처럼 산산히 흩어져서 살점이 여기저기 붙는…그런 장면들이 너무 많다. 용병저격수인 일명 ‘스쿨보이’는 사람 쏠려고 경장갑차도 뚫는 바레트(M82A1)같은걸 들고 오고, 람보의 기관총 난사도 M60이 아닌 브라우닝 M2같은 중기관총으로 할 정도니 말 다했다. 버마(미얀마)의 군인들이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거나 게임을 하는것도 잔인하지만, 그들이 뻔히 마을 아이들 납치해서 군인으로 교육시키는 장면도 나오는데, 그 후에 그들이 ‘군인’이라는 이유로 람보와 용병들에게 학살당하는 것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에 도망가는 적의 ‘장군(별 2개 달았던데)’을 람보가 따라가서 배를 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관객 입장에서는 그의 악랄함을 익히 알기에 이해가 되지만, 람보는 그가 아군을 때린거 외에는 나쁜짓 하는 걸 보지 못했다. 굳이 도망가는걸 따라가서 잔인하게 죽일 정도였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특수효과가 다른 액션 장면은 훌륭했지만, 람보의 부비트랩이 영국군 톨보이 폭탄과 함께 터지는 장면은 뭔가 좀 어색했다. 톨보이 폭탄이 워낙 강력하긴 하지만(2차대전때 독일의 틸피츠 전함을 한발로 격침시켜 버린 유명한 5톤이 넘는 폭탄…) 그렇게 원폭같은 느낌이었을까..;;; 게다가 폭발의 버섯구름이나 후폭풍의 합성도 주변배경과 좀 어울리지 않았다.

설정상의 문제도 있다. 일단 트라우먼 대령이 최초로 등장하지 않는 시리즈인데, 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물론 배우인 리처드 크레나가 돌아가셔서 그런거지만, 영화내에서도 뭔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람보3에서 람보는 트라우먼에게 농담도 실실 날리고, 연인(?) 코 바오의 유품도 용감한 꼬마에게 줄정도로 상처를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가 너무 과묵하고 긴장된 모습을 보이며 등장한다. 게다가 금발 여인이 “고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지 않냐”는 말에 사건 끝나고 귀향해버리는 건 좀 명분이 약하기도 하다.

캐릭터 설정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가 활을 쏘는것도 다소 다른 느낌이었다. 원래는 몰래 저격을 하거나, 한두명 빨리 잡거나, 다수의 적이나 차량을 폭발성 활로 잡긴 해왔지만, 여러명을 속사로 해드샷을 날릴정도는 아니었다. 이건 람보가 아니라 람골라스다. 이전 시리즈에선 항상 칼 손잡이에 나침반을 넣어두다가, 이번엔 동료에게 나침반 보여달라고 하는것도 영 아니다. (지금까지 쓰던 폼나는 칼 어디서 엿바꿔먹고 새로 만들어..)

그리고 ‘선교’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을 하시는 분은 영화를 보지 말기 바란다. 이 영화는 마치 ‘선교 반대 영화’같다. 선교자들은 람보의 충고를 듣지 않고, 폭력앞에서도 어리석은 행동을 하다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그들을 구해주는 용병들마저도 그런점들을 어리석다고 비꼬는 내용으로 계속 언급한다. 하지만 거기까진 좋은데 마지막에는 선교를 하러 갔던 사람들이 상대편 군인을 돌로 때려 죽임으로서 스스로를 구하고 그가 해왔던 말과 행동(어떠한 경우라고 살인은 잘못된거라는)을 부정해버리는 결론까지 간다. 그건 나름대로 믿음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는 잔인한 표현 아닐까? 아니면 말고.

어째튼간에 이 영화는 액션영화이고, 액션영화로서는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액션영화, 특히 람보 시리즈를 즐겼던 사람들에게 추억을 되살리는 용도로는 제격이다. 자잘한( -_-)것이 잘 보이는 사람은 좀 꺼림직할 게 많지만, 그건거 따지면 지는것일지도 모르겠다.

ps.

엔 조라는 배역(턱수염기른 아시아계 용병, 사진에서 오른쪽에서 두번째)을 연기 한 배우 이름이 Tim Kang이라고 한다. 왠지 한국사람 느낌?

참고
http://www.imdb.com/title/tt0462499/
http://draco.pe.kr/entry/First_Blood
http://draco.pe.kr/entry/First_Blood_Part_II
http://draco.pe.kr/entry/Rambo_I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