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윗층 남자를 처음 만난건 이사오고 얼마 후에 엘리베이터에서 였는데, 초면부터 자랑을 했다.
자기가 음악을 듣는 취미가 있어서 1억원짜리 스피커가 있는데 정말 좋다. 아래층에서 좀 시끄러울 수 있을 거다. 시끄러울 때 말하면 끄겠다. 이런 내용이었다.
그러고 얼마 후에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우리가족이 층간소음을 느끼게 된 시작이다.
윗층 남자는 아침 8시 경부터 10시 정도까지. 오후에는 8시부터 9시 정도까지 음악을 튼다. 주말이나 때때로 거기에 1,2시간 더 튼다.
음악 종류는 주로 클래식인데, 영화음악이나 팝송, 국내 유행곡을 틀 경우도 가끔 있다.
소리의 크기는 아래층인 우리집에서 노래 가사를 뚜렷이 구분이 가능한 정도다. 내 스마트폰 볼륨을 40~50%정도로 놓고 틀면 비슷하게 들린다. 엄청 시끄러운건 아니지만 원하지 않는 음악인데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볼륨이다.
아침이야 그렇다 쳐도, 오후는 좀 심하다.
9시 넘으면 아기들을 재워야 하는데, 심할 땐 밤 10시 11시에도 음악을 트는 경우가 있다.
새로운 장비를 들이는 날에는 하루종일 망치로 못을 박고, 물건을 질질 끄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테스트 한다고 최대볼륨으로 몇분간 음악을 틀고는 한다.
경비실을 통해 항의해도 그 때 뿐이고, 다음날에는 원래대로 다시 튼다.
자신의 주장으로는 ‘고작 하루에 30분 트는거고 자신의 낙이 그건데 그것도 양해 못 해주냐’고 하는데,
그 사람의 말투나 행동을 보면 자신이 음악을 꼭 들어야 해서 그런 주장을 하기 보다는, 장비와 자신의 음악적 애호를 주변에 어필하고 싶어하는 느낌이다.
한번은 어느 음악 동호회에서 자신의 집에 음악 감상을 하러 방문할거라면서, 음악 트는걸 허락 받으러 주변 집에 초인종을 일일이 누르는데, 아무래도 허락이 아니라 유명한데서 자신을 알아준다는 자랑을 하려는 목적인것 같았다.
게다가 30분은 무슨 30분. 2~4시간이구만.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