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La La Land, 2016)

.

추석 연휴에 TV에서 방영해줘서 봄.

내용도 좋고, 캐릭터도 좋고, 배우들 연기도 좋고, 노래도 좋고, 연출, 대사…여러모로 참 좋은 영화.
영화가 특히 옛날 영화들과 영화 배우, 그리고 재즈 음악과 음악가들에 대한 존경과 오마쥬로 가득하다.
그런 영화와 음악을 보지는 않았어도 아 그 영화다 하고 대놓고 오마쥬 하는 것도 많고, 은근히 지나가는 것도 많고.

뮤지컬 영화인데, 음악이 주요 소재이고, 배우 둘의 비중이 특히 커서 찍을 때 고생했겠다 싶은 영화다.

그런데 무슨 호텔 음식 먹고 나와서 다음날 아침은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지듯이, 잘 만든 영화인데 취향은 안 맞는다는 느낌.
나는 역시 팍팍한 현실을 극복하는 영화보다는 상상력을 극한으로 펼치는 영화들이 좋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들도 일부 상상이 가미 되는 연출 부분이 좋았음.

 ps. 마눌님 관람 평 : 쟤랑 쟤랑 왜 결혼 안 한거야? 왜? 어쨰서?

택시운전사(2017)

5.18 민주화운동을 거기에 취재간 기자와 택시 운전사를 통해 묘사한 영화.
영화도 재미있고, 5.18의 슬픔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좀 아쉽다.
일단 송강호를 제일 잘하는 캐릭터에 주인공 설정을 그대로 맞춘 듯 하다. 서민적이고, 속물적이고, 꼼수에 능하지만 서서히 영웅으로 거듭나는…변호인의 노무현과 너무 비슷한 연기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택시들과 지프들의 추격전은 마치 ‘액션이 부족하니 일단 하나 넣고, 주인공을 위해 조연들 희생시켜 눈물 좀 짜내자’하는 어거지 느낌이라 너무 별로다.
하지만 워낙 역사적인 슬픔을 다룬 영화라 추천.
특히, 광주 분들에게 듣던 당시 이야기가 영화에 비슷하게 묘사되서 놀랐다. 많은 증언을 참고해 만든 듯 하다.
ps.
토마스 크레치만이 악역의 군인으로 안 나와 나름 연기변신을 한 영화. ㅋㅋㅋㅋ
ps.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4500원에 빌려 봄.

쿼런틴 (Quarantine, 2008)

이것도 유명 작품 리메이크 좀비영화. 마눌님에 의해 강제로 넷플릭스 관람.

주인공이 기자라는 점과 카메라맨이 주인공 뒤에서 따라다닌다는 점, 그리고 주요인물들이 폐쇄된 건물에 갇혔다는 점 등을 잘 활용한 좀비 영화이다.
무섭긴 한데 결론이 애매하게 끝나서 2편을 봐야 하긴 하는데, 넷플릭스에는 없으니 패스.
싫어하는 장르를 강제 관람하는거…폭력입니다. 부부지간에도 이러지 맙시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 ,1990)

좀비물 싫어하는데, 마눌님이 좀비물을 좋아해서 넷플릭스에서 강제시청.
좀비물의 역사적인 영화의 30주년 리메이크작. 그래서 상당히 고전적이면서 교과서적인 좀비를 보여준다.
느리지만 숫자와 꾸준함이 무서운 (비 바이러스성)좀비들, 가까웠던 사람들이 좀비가 되는 비극, 발암 캐릭터, 좋은 사람들의 희생, 최후의 1인은 여주인공 등등
재미는 있지만 아무래도 오래된 영화니 긴장감은 없더라.
퍼트리샤 톨먼은 스타트렉에서 조연으로 워낙 자주 봤던 얼굴이라 방가방가.

디 엔드(This is the End, 2013)

세스 로건표 병맛 코메디. 지인들 죄다 불러서 본인들 역할로 출연시킨 듯. 헐리우드에서 약하며 파티 하던 배우들이 갑자기 세상에 종말이 찾아오자 벌이는 뻘 짓들을 보여준다.

나름 꽤 웃긴다. 배우들이 자기들 영화에 대해서도 떠들고, 서로 까고, 섹드립 하고. 뜬금없이 엠마 왓슨이 나와서 주인공들이 자기를 강간하려 한다고 오해를 하는 장면도 있다. ㅋ 다들 최대한 망가지다가 마지막에 아주 간단한 자기희생으로 승천을 한다 ㅋㅋㅋㅋㅋㅋ 어째튼 난장판. 뭐 종말상황이니 난장판 아닐 수가 없겠지만 ㅋ

한번 보고 웃고 즐길 그런 영화.

스칼렛 요한슨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Ghost in the Shell, 2017)

공각기동대의 껍데기에 로보캅의 내용을 집어 넣은 괴작.

이 영화, 정말 이상하다.

일단 영화의 비주얼 적 요소는 정말 수준이 높다. 그냥 높은게 아니라, 공각기동대의 골수 팬이 아니면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는 비주얼이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배경으로, 원작 만화와 그동안 나온 극장판과 시리즈들에 나오는 모든 비주얼 요소를 취합해 놓았다.  비주얼만으로 평가한다면 99점짜리 실사 영화화라 할 수 있다. (1점은 알아서 판단)

하지만 그 외의 캐릭터 설정, 스토리, 주제는 전부 말아 먹었다.

가장 중요한 쿠사나기 모토코의 설정 부터 글러먹었다. 원래 원작 만화에서는 쿠사나기 모토코는 능력이 좋을 뿐인 특수부대 해커다. 임무 도중 인형사를 만나기 전에는 사실 평범하다.(한스: 하지만 매력은 있어요) 그리고 인형사를 만나 자신의 인간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다. 아시이 마모루 극장판에서는 인형사와의 만남에서 여러 무리한 점의 개연성을 위해 모든 내용을 쿠사나기와 인형사를 중심으로 두고 전신 사이보그라 현실에서 받는 괴리감을 위주로 영상화했다. 그래서 쿠사나기의 평범함이나 공각기동대의 다른 요소는 빠지거나 상당히 미묘하게 묘사되었다. 그리고 이 헐리우드 영화는 거기에서 더 막나가서, 쿠사나기의 개인을 없애버렸다! 쿠사나기가 그냥 평범한 가출학생이고, 그 기억을 지우고 전신의체화 개조를 당해 특수부대 대장(?)이 된걸로 나온다.  그래서 인형사가 아니라 쿠사나기 일 때 사랑했던 남자를 추적하고,  융합도 없고, 존재의 의문은 ‘내가 무엇인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이었나’가 핵심이다. 정말 한심하다. 게다가 ‘너는 인간인가’하고 묻는게 일상화 될 정도면 의체화는 흔한 이슈인 세계관 같은데, 이상하게 주인공만 특별취급이다.

악당 역할이었던 쿠제는 이름과 배경은 TV판에서 따오고, 하는 짓은 웃는 남자이고 뭔가 뒤죽박죽인데다, 처음엔 다 죽일 것처럼 난리치더니, 나중엔 순정남이 되서 주인공을 못 지켜 난리다. 바토나 공안 9과는 더 웃긴데, 팀에 참가한지 1년된 여자를(그것도 맨날 혼자 돌격하다 잡히거나 다치는…) 왜 그렇게 싸고 도는지 개연성도 없다. 진짜 악당인 한카의 보스는 흠집만 나도 공안9과에 따지면서 귀중품 취급하던 주인공을 금새 죽이려 난리친다. (애초에 그렇게 아끼고, 진실을 알아가는게 싫으면 왜 대테러 수사기관에 넣은건데?)

정말 영화 관객으로서 100가지를 깔 수 있고, 공각기동대 팬으로서 10000가지를 깔 수 있는 영화다.

부산행(2016)

넷플릭스에 작년 최대흥행 국산영화가 뜨다니, 넷플릭스 많이 컸다.

우리나라에 성공적으로 좀비 아포칼립스를 수입한 영화 되겠다. 개인적으로 좀비 영화는 안 좋아해서 거의 안보지만.

영화 스토리도 잘 짰고, 인물 구성도 괜찮고, 연출도 나쁘지 않은 듯. 특수효과도 그 정도면 괜찮고, 엑스트라들이나 기차들을 동원한 것 등을 보면 여러모로 정성을 많이 들여 만든 영화다. 배우들 연기가 약간 어색한 경우도 있지만 크게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마지막에 공유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유치한 신파가 등장하지만 아빠로서 용서해 줌.

공유는 딱 평소 연기하던 정도 느낌이라 큰 임팩트를 주지 못 하고, 마동석과 정유미가 나름 개성이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공유의 딸 역인 아역 김수안(캐릭터 이름이 서수안…이야 캐릭터 이름 쉽게 짓는다)이 마지막에 아빠를 붙잡으려 우는 연기도 좀 인상 깊었다. 노숙자역의 최귀화는 연기는 좋았지만, 너무 해결사 캐릭터 느낌이라 별로.

오랫만에 재미있게 본 한국 영화. 마눌님도 좋아하셨다.

 

ps. 공유는 기관차 브레이크를 어떻게 금방 알아 봤을 까…

옥자(2017)를 보고

드디어 넷플릭스에서 옥자를 보았다. 재미있고 잘 만든 영화임은 틀림 없는데, 워낙 이슈가 되던 영화라 기대를 해서 그런지 그 정도는 아닌 듯? 점수로 치면 80점 내외를 줄 수 있을 듯하다.

이 영화는 미자라는 순수한 소녀를 통해서 돈을 위해 생명을 장난치는 자본주의와 그 자본주의에 끌려다니는 흔한 사람들, 그리고 그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용기를 가졌지만 역시 어딘가 정상은 아닌듯한 동물보호단체들을 다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영화 자체가 5천만 달러라는 대자본을 통해 만들어진 자본주의의 산물이기도 하다. 주변에 옥자를 보려고 넷플릭스에 가입했다거나 결제를 했다는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보아 일단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성공한 것 같다. (넷플릭스 한달 이용료가 영화 관람료와 같으니 당연히 왠만하면 극장보단 넷플릭스 가입을 할 것이다)

배우들 연기도 잘하고, 편집도 좋고, CG도 괜찮고…그렇긴 한데, 영화가 어딘가 엉성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마치 과장된 몸 짓으로 노래하는 뮤지컬처럼, 사람들의 행동이 과장되고, 한가지만 생각하며, 살짝 현실감이 없다. 영화 괴물의 경우처럼 이게 조금씩 웃음을 주긴 한다. 영화의 갈등을 해소하는 수단도 그냥 처음부터 미자가 가지고 있던 금돼지이고, 미란도의 잔인한 행위도 벌을 받거나 한 것도 아니다. 영화는 그냥 애매하게 끝난다. 괴물도 엔딩이 그랬지만.  슈퍼돼지를 도살하는 장면이나 미란도에서 고용한 용병이 ANF를 진압하는 장면 정도를  빼면 무난하고 폭력도 심하지 않아서 넷플릭스답지 않다고 느낄 정도이다.(실제로 12세 관람가 등급이라고 한다)

외국 사람들은 영화 ET를 많이 연상하던데, 뭐 그런 면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옥자와 미자의 우정이 중심이 아니다. 그보다는 개인적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가’ 애니메이션이 연상되었다. 인간의 욕심이 주제이고, 과학과 생명이 소재인 점도 닮았고, 나우시카=미자, 크샤나=루시 미란도, 페지테=ANF, 거신병=옥자 으로 놓으면 반쯤 비슷하다.

어째튼 뭐…영화 자체보다는, 넷플릭스에 더 많은 능력 있는 감독이 영화를 내놓기를, 그리고 한국에서 인기를 얻어 좋은 컨텐츠를 많이 추가해 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ps. 슈퍼돼지라고 해서 일반 돼지보다 몇 십배 크긴 한데, 키우는데 10년이 걸린다면 그다지 생산성이 좋지 못할 것 같다. (보통 돼지는 6개월 키워 도축함)
아마도 미자와 옥자가 가족으로 정 붙이고 하는데 10년은 걸릴거라 생각해서 영화적으로 설정한 것인 듯.

ps. 옥자가 생긴건 하마인데, 디테일은 하마와 무척 다르다.(하마 고기는 맛이 없기로 유명하다고…) 온순하고 발 모양도 다르다. 발 모양은 거의 코끼리 같은데, 아마 여러 동물 유전자를 섞은 설정인 듯.
다만 하마와 완전 똑같은 점이 있는데, 똥뿌리기 ㅋㅋㅋㅋ

더 임파서블(The Impossible, 2012)

동남아 대지진과 쓰나미로 수십만명이 죽었을 때, 한 가족에게 있었던 실화를 다룬 영화.

생각해 보면 여러 위기속에서도 운이 좋았던 가족인데, 그 운이라는 것을 사랑과 의지로 놓치지 않은, 그런 이야기 되겠다.

나오미 왓츠가 자신이 죽어가면서도 자식에게 사랑을 가르치는 정말 대단한 엄마로 나온다. 톰 홀랜드는 정말 잘 뛰어다니고,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다. 연기 잘한다 했더니 이제 곧 스파이더맨으로 글로벌 스타가 될듯. 이완 맥그리거는 다른 영화에 비해선 별 고생 안한듯. ㅋㅋㅋ 전화 빌려쓰는 장면에서는 역시 연기 잘한다 싶었다.

가족에 대한 감동적인 영화이고, 기회 된다면 한번 보면 좋을 영화.

원더우먼(Wonder Woman, 2017)

지난 토요일에 원더우먼을 봤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캡틴 아메리카가 연상되고, 신인 아레스가 인간을 폄하하는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가 연상 된다. 다만 캡틴1보다 전투 표현이 더 적극적이고 슈퍼파워를 자주 보여줘서 재미있는 요소는 더 많은 듯. 특히 주인공의 미모와 순수함이 영화 전체를 리드한다.

21세기 다운 여성의 관점이 많이 반영된 영화다. 원더우먼은 성에 대해서도 절대 순진하지 않으며, 주체적이고, 세상을 구하고, 남성의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성미만 강조하는 옷에 대해 비판적이다 고른 옷이 남성복과 가장 비슷한 여성복이다. 그리고 여러 번 남자주인공의 쓸데없는 여성 배려를 개그로 묘사한다. (그러면서도 아이스크림에는 녹아내린다…)

닥터 포이즌이 수소로 독가스를 만들어 수백만을 죽이게 될 거라는 상황 설정은 아마도 프리츠 하버를 패러디 한 듯.

데미스키라의 여전사들이 고작 1차대전의 구형 총알에 쉽게 죽는 것은 앞으로 좀 설정 문제가 될 것 같다. 그 정도로 그냥 단련된 인간 수준이라면, 저스티스 리그가 진행되면서 초인 빌런 하나만 나타나도 대응이 안될테니.

결론은 꽤 재미있었다. 최근 DC영화들 중에 가장 낫다. 특히 남자주인공의 희생으로 인해 원더우먼이 인간편에 선 것에 대한 큰 개연성을 가지게 했다는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