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 새 극장판, 나는 믿고 싶다.

The X-Files: I Want To Believe, 2008
※ 스포일러 다소 있음.

세기말 모든 요소를 끄러모아 인기를 얻은 엑스파일의 세기초 극장판을 보고 왔습니다. 소니 바이오 노트북 행사에서 얻은 공짜 영화 티켓으로. 상영관내에는 10여명밖에 없어서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한산했고, 그 10여명 마저 들리는 소리로 미루어보아 다 매니아들인듯 -_-한 분위기속에서 감상했습니다.

21세기의 엑스파일은 너무나도 변했어요. 멀더와 스컬리는 나잇살이 쳐지고 주름이 자글자글합니다.(오히려 스키너가 그대로라 동년배로 보이네요.) 시리즈와 극장판내내 키스할까 말까 사람을 약올리던 주인공들은 키스뿐아니라 한침대에서 야한 농담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어요. 내일이라도 지구를 쓸어버릴거 같던 외계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고, 항상 담배를 피우던 담배맨과 음모 노인네들도 물론 보이지 않습니다.(첫 극장판과 시리즈 마지막에서 거의다 죽었지요? 가물가물)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잠적했던 주인공들도 FBI에서 협조요청하니 태연하게 얼굴 들이밉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애는 왜 다른데 입양시킨거야’라고 생각할거 같아요.

이런 바탕에서 엑스파일은 여성들의 연쇄 납치와 어울린, 현대판 화타의 머리통 이식수술과 신의 계시에 의한 비전을 보는 타락한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아이에 대한 스컬리의 집착과 멀더의 납치된 여성에 대해 집착, 그리고 둘 사이의 갈등을 풀어냅니다. 둘다 똑같으면서 거울면처럼 대칭되는 입장에 있지만, 중요한것은 믿음과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다…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볼만합니다. 엑스파일 팬으로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외계인 나오지 않는 엑스파일, 잔인한 목자르기, 설명이 너무 많아 친절한(?) 엑스파일에 대한 불만은 있을 수 있을겁니다.

별5개중 3개반.

ps.
왜 하필 여성들을 노려서 몸통을 이용할까요. 범인들이 동성애부부라서 몸 바꾸는 김에 성전환까지 노리는걸까요? -_-; 하필 수사중에 추락사한 요원까지 여성이니… 여성이 죽는장면이 너무 많이 나오는 극장판입니다.

ps.
머리통 이식수술…한 20년전이라면 모를까, 현대의 관객들은 혈액형이상으로 필요한게 많다는 것을 너무 잘 압니다. 혈관과 근골격형상, 항체, 면역, 신경접합술, 근육과 골격 접합 등등… 그걸 마치 허름한 시설에서 의사와 간호사 한명씩이 거진 몇일간을 성공할수 있다는 식으로 보여주는건 관객모독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해요.

월E, 사랑스러운 21세기의 ET

월E는 E.T.와 아주 붕어빵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로봇이라는 점만 빼구요. 그도 식물 채집을 했다가 사건이 벌어지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점이 전부는 아니죠.

월E는 우리가 잊고 있던 중요한것들을 일깨워줍니다. 상대가 보지 않아도 믿고 성심을 다하는 순진한 사랑, 끝까지 함께하는 우정, 어린시절에 좋아하다 어느순간 잊은 장난감들, 한때 빠져서 봤던 옛영화들… 단순히 쓰레기를 압축해서 버리는 역할이어야 하는 로봇이 그런 것들을 소중히 한다는 점은 우리의 잃어버린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누구나 어렸을때 …지금 생각하면 시시한 선물 케이스나, 광고지 같은거 모아본 경험이 있지요. 그때의 마음은 어디간걸까요.

아주 재미있게 본 애니매이션입니다. 역시 픽사는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감동과 유머, 로맨스, 액션이 골고루 배합된 걸작입니다.

약간 거슬리는 장면들이 있다면…토성의 고리라던지, 쉽게 다시 지구중력에 적응하는 엑시엄 사람들이라던지..등등 비과학적인 부분이 여러가지 있지만, 뭐 SF를 소재로 쓴거지 진짜 SF는 아니니 패스해주죠.

로봇들의 눈빛연기를 보고 싶다면 꼭 보십시오. 별 5개중 5개.

ps.
월E는 5호파괴작전의 저니5하고도 무척 비슷합니다. 저니5가 ET디자인을 따라한 점도 있지만요.

ps.
월E는 소년스럽다면, 찾을거 못찾아서 짜증내는 EVE는 정말 인간(혹은 여성)스럽습니다. ㅋㅋㅋ

ps.
최고의 조연은 MO입니다. 너무 귀여워요.

ps.
밟아도 죽지 않는 -_- 월E의 친구 바퀴벌레(?)는 번식하게 되면 지구에 복귀한 엑시엄 사람들에게 큰 재앙이 될겁니다. ㅋㅋ

세상 유명 무덤은 다 쑤시냐…미이라3: 황제의 무덤….

제가 좋아하는 레이첼 와이즈 아줌마가 빠져서 안볼 계획이었던 미이라3를 심야상영에서 덤으로 끼어봤습니다. 대신 이연걸과 양자경이 나왔군요.

봤는데..그냥…비추입니다 -_-;
생각없이 부수는 볼 영화를 찾는다면 좋습니다. 구성도 그런 방향으로는 교과서적으로 잘되어 있고요.

다만 덕분에 뻔한 주인공들 뻔한 로멘스, 뻔한 전투, 뻔한 도움, 뻔한 조연….그야 말로 뻔한 영화입니다. 장면들도 다 어디서 본 장면들이구요. 되살아난 병사들끼리의 싸움은 반지의 제왕이 연상되고, 중국시내 추격장면이나 비행기 장면, 물부어서 빵구난 몸을 치료하는 장면들은 인디아나 존스가 연상되고… 레이첼 와이즈 대신 나온 마리아 벨로는 쌍권총들고 케이트 베킨세일 흉내내는거 같고… 마지막에 병사들이 흩어져 사라지면서 초상화 나오는 장면에서는 감동의 눈물보단 유치함을 참아야 합니다.

영화내에서도 주인공들이 이상하게 미이라와 계속 엮인다고 투덜거리는데, 그게 이 시리즈 영화의 한계이기도 하죠.

이연걸은 리셀웨폰에서 했던것과 하나도 다를바 없는 역으로 나옵니다. 지능적이고 무섭고 싸움 잘하는데 막판에 주인공만 만나면 힘을 못쓰고 져요. 양자경 모녀는 몇천년간 황제의 무덤을 지켰는데 본토영어발음을 합니다. -_- 딸역의 이사벨라 롱은 꽤 이쁘더군요.

별 5개에 2개쯤 줄까요…

다크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https://draco.pe.kr/attach/img/XWNIOQhQwi.jpg

경고 : 스포일러 약간 있음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그 영화…”다크나이트”를 봤습니다. 배트맨이라는 타이틀을 안쓴 최초의 배트맨 영화죠. 덕분에 ‘다크 나이트’라는 새로운 히어로랑 배트맨이랑 맞짱뜨는 영화인줄 알았다는 분도 계시더군요. 하하하…(먼산)

사실 저는 이 영화에 최고의 점수는 못주겠습니다. 우선 새 시리즈는 시각적인 오밀조밀함이랄까….재미가 팀 버튼이 만든 배트맨 1,2편보다 좀 떨어지는데다가, 사실주의적이라 배트맨과 다른것들이 너무 괴리되는 느낌… 게다가 위트가 적고, 배트맨이 너무 걸출한 악당들에게 휘둘려요. 돈있고 싸움잘하는 배트맨이 악당들이 벌인일을 수습하려 뒷북치다, 악당을 잡고나면 착한짓 하느라고 못죽이는게 성질납니다. 영화에서 가장 불만은 편집인데, 액션이 선형적이질 않고, 여기 보여줬다 저기 보여줬다…잘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재미는 확실히 있는 블럭버스터 영화입니다. 잘 때려부수고, 화려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메카닉과 악당들의 광기. 특히 조커역을 연기한 히스 레저의 카리스마는 그야말로 극에 달하는 군요. 그의 유작이라 더 마음에 와닿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원래 광기있는 연기가 전문이던 게리 올드만이 어떤평을 했을지 궁금하군요) 그러다보니 조커가 매달리고 나서(?), 아론 에크하트의 투페이스 문제를 해결해야 할때의 말장난은 지루해집니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 ‘다크나이트’라는 단어를 게이 올드만이 나래이션 할때는 저와 동시에 몇몇 남자들이 “멋지다”라는 말을 동시에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습니다.

배트포드인가….커다란 배트맨 차량이 고작 바주카포(알라의 요술방망이..ㅋ) 한대 맞고 박살나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 차량 자체의 일부가 변형되면서 바이크로 튀어나오는 것은 아이디어가 대단하더군요. 그리고 배트맨의 눈에 뭔가 씌운채로(?) 주변의 핸드폰의 음파를 이용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투영해 보는 아이디어는 진짜 박쥐의 컨셉인거 같아 신선했습니다.

흥미로운것은 은행 직원으로 윌리암 피츠너가 나와서 조커에게 당하는데, 윌리암 피츠너는 이퀄리브리엄에서 크리스천 베일과 함께 연기한적이 있습니다. 레이첼로 나온 매기 질렌홀은 왠지 혼자서 스타워즈의 레아공주가 연상되서…재미있었군요. 루시어스 폭스 역의 모간 프리먼은 배트맨의 비밀을 알아낸 직원에게 협박당했을때 태연하게 되려 겁주는 유머가 너무 웃겼습니다. 목돌아가는 배트맨슈트에 대한 농담도 웃겼구요. 다만 어차피 무법자(?) 배트맨에 대해 협조하고 있으면서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핸드폰의 사용에 대해 예민하게 구는것은 좀 앞뒤가 안맞는거 같았습니다.

별 5개중 4개반을 줄만한 영화입니다. 좀 우울한 리얼리티 높은 영웅 영화를 원하시면 꼭 보시길. 선과 악, 인간의 본성이나 이중성 같은 주제를 싫어하는 분은 비추.

ps.
고든의 딸은 얼굴을 전혀 안보여주더군요. 나중에 배트걸을 포석에 둔 연출일까요.

ps.
뿔테 안경을 쓴 고든은….자꾸 하프라이프의 고든이 연상됩니다…. -_- 병이야 병..

ps.
가장 멋있는 사람은 배트맨이나 조커가 아니라 폭파 스위치를 창 밖으로 던져버린 죄수. 얼핏 Michael Clarke Duncan인줄 알았더니 다른 사람이군요. http://www.imdb.com/name/nm0001474/

맨 프럼 어스 (The man from earth, 2007)

약 만4천년을 살아오며 인류의 역사속에서 살아온 남자. 헤어지기 전 그의 친구들에게 만약에…로 시작한 자기 고백에서 그는 매번 10년마다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기 전에 다른 신분으로 바꿔 이주해왔다. 그는 부처의 가르침을 중동에 전하려다 본의 아니게 예수가 되어버렸다. 이 이야기는 독실한 신자인 동료의 분노를 사버린다. 그의 논리적으로 깨질수 없는 정연함에 동료들은 모두 괴로워하고, 그런 동료를 위해 주인공은 지금까지의 말이 다 픽션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은 가장 나이든 동료의 옛 스승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버린다.

이것이 90분가량인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영화  “맨 프럼 어스”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원작은 스타트렉 작가가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쓴 SF소설이며, 영화는 그것을 줄여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가톨릭등의 신도들에게는 꽤 충격적이고 모욕적으로 다가올수 있는 영화이다. 실제로 그런 캐릭터가 나와서 주인공에게 분노를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분명 픽션이다. 만4천년을 살아온 남자는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주인공 존 올드맨은 부처의 가르침을 유럽과 중동에 맞춰서 바꿔 전달하고 싶었다. 간단한 100자 이내의 가르침. 자기 성찰의 중요성. 그러나 인간들은 그런 간단한 가르침을 무시하고 예수를 중시하며 신성시했으며, 없는 것을 지어내고, 기도나 교회등의 형식을 더 중시했다. 즉 영화는 신의 없음을 주장했다기 보단, 인간의 어리석은 속성에 얽힌 역사를 비판하는 것에 가깝다.

어째튼 흥미로운 영화이다.

PS.
사실 존 올드맨이 만4천년을 살았는지 아닌지는 금새 아는 방법이 있다. 입을 벌리게 해보면 안다.
아무리 그 사람이 완벽한 세포재생이 이루어지고 노화가 없다하더라도, 영구치는 재생되지 않는다. 만년이나 음식을 씹어왔으면 이빨이 아주 닳아서 없어졌거나 만신창이일것이다.

핸콕,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닌 로멘스 영화?

※ 경고 :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토요일날 용산 CGV에서 핸콕을 봤습니다. 여친이 늦어서 10분이나 늦게 입장했는데도 광고를 하고 있더군요. 광고는 길고, 런타임은 짧은(92분) 그런 영화입니다. -_-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블로거들의 평이, 처음에는 제대로 독창적인(?) 꼴통 알콜홀릭 슈퍼히어로로 나가다가 나중에 재미없어진다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다르게 봤습니다. 이 영화는 슈퍼 히어로의 틀을 이용한 로멘스 영화네요.(다른 슈퍼 히어로 영화도 로멘스는 필수지만, 대체로 보조적인 부분이죠.)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앞에서는 그저그런 평범한 연인이 되어버립니다. 서로 상처를 주고 받고, 주변 환경때문에 상처를 받는 그런 연인이지요. 핸콕은 그런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운명적으로 만날수 밖에 없는 사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다치는…

문제는 그런 로멘스 이야기도 예상할수 있는 범주인데다가, 진행이나 결론도 좀 진부합니다. 샤를리즈 테론도 슈퍼라는 것도 반전이라기엔 표정에서 복선이 너무 많았고, 슈퍼 히어로라는 소재로 너무 빙 돌아갔죠. 진부하지 않았던건 영화 앞부분의 홈리스스러운 윌스미스의 똘아이 슈퍼맨짓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기에 너무 무게중심을 두고 영화를 보다가 실망하는 것 같습니다. ‘똘아이 슈퍼맨짓’이 예고편에 나왔던 장면들이 전부라는 것도 문제였구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 것은, 영화가 마치 TV드라마처럼 지나친 클로즈업+흔들리는 카메라를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맥스 스크린에 윌스미스와 샤를리즈 테론이 이마에서 입술까지 꽉차는 걸 보는건 좀 부담스럽더군요. 덕분에 표정연기 하나는 확실히 관찰했습니다…

제 여친은 윌 스미스가 죽어가는 샤를리즈 테론을 구하기 위해 멀리 떨어지려 사력을 다해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고 감동해서 윌 스미스 팬이 되었습니다 -_-; (뭐 한달 후면 ‘윌 스미스’라는 이름 자체를 망각하고 ‘그 슈퍼맨 흑인’으로 기억할게 분명합니다만…) 원래 윌 스미스가 좀 사회 부적응자로 출발해서, 아이같은 유머와 장난도 한두번 날리고, 영웅이 되어가는 역이 전문이죠.

어째튼 즐겁고 가볍게, 혹은 심각하게도 볼수 있지만, 뭔가 12%정도 아쉬운 그런 영화였습니다.

PS. 절대 다치지 않는 슈퍼 히어로는 어떻게 면도를 하나? 에 대해 궁금했는데, 답이 나오는 영화군요 ^^;
자신의 손톱으로 한다는…
그럼 손톱은 어떻게 깍지???

오덕 팬더의 환타지, 쿵푸 팬더 (Kung Fu Panda, 2008)

쿵푸와 팬더, 네…중국 올림픽이 열리는것에 맞춰서 만들어진 작품되겠습니다. 쿵푸에 대한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스러운 환상과 못난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초고속 레벨업해서 악당을 물리친다는 전형적인 이야기의 조합의 애니매이션입니다만, 의외로(?) 드림웍스의 작품입니다. 전형적인 작품에 대한 비꼬기를 했던 슈렉을 생각하면 다소 어이가 없지요.

게다가 영웅들을 동경하며 피규어가지고 놀던 오타쿠 팬더가, 수십년 수련한 사람도 몇일만에 추월하여 강해지고, 거의 우동스러운 국수와 수없이 날리는 분홍색 꽃잎, 왠지 미피가 연상되는 토끼 캐릭터들을 보면…이야…역시 미국놈들, 중국과 일본을 같은 아시아라고 문화에 대해 헤깔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애니매이션을 보다보면 이러한 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이 점차 사라져 버립니다. 끝임없는 유머와 잘 디자인되고 표정도 풍부한 캐릭터들, 잭 블랙, 더스틴 호프만, 안젤리나 졸리, 성룡, 루시 루, 랜달 덕 김…초호화 캐스팅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타이렁의 탈출장면과 다리에서의 결투등의 장면에서의 화려한 액션도 일품입니다. 오히려 주인공 포의 최후 결투는 코믹하기만 하지 별로인거 같을 정도더군요. 포의 액션은 스승인 시푸와의 만두 뺏기 대결이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동양적인 교훈과 풍경도 적절히 섞여 영화에 양념이 됩니다.

즐거운 3D 애니매이션 좋아하시는 분께는 강추.

ps.
그런데 타이렁은 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손가락 기술을 쓰면 증발되어 버리나요? -_-

ps.
아무리 생각해도 시푸는 ‘요다’스럽습니다. 이게 서양인의 ‘동양 무술 스승’ 전형적인 이미지인지도 모르겠지만…

반쪽짜리 속편, 인디아나 존스4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 글은 스포일러가 군데군데 있습니다)

사실은 이 글의 제목과 달리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인디아나 존스의 귀환만으로도 감동인데, 그의 아들까지 등장하고, 끊임없는 모험과 액션에, 존 윌리엄스의 음악까지 깔리니 끝장이었습니다. 예전의 팬 뿐 아니라 새로운 관객까지 배려해서 즐기는 영화로서도 훌륭하더군요.

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역시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3에서는 인디와 헨리 두 부자의 아웅다웅거리기와 갈등해소가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등장인물이 많아서인지 그런 인물설정의 축이 없습니다. 고작 마리온과 인디의 키스씬을 방해하는 철부지 아들로서의 행동 정도죠.

인물이 많아졌다고 하니 말인데, 인디아나 존스의 팀원이 무척 많습니다. 인디, 마리온, 머트, 맥, 옥슬리교수…. 그러다보니 정신없는 정글액션에서 누가 누군지 헤깔리고 이해도가 낮습니다. 인디아나 존스의 특기인 아슬아슬한 부비트랩 헤쳐나가기도 그저 퍼즐정도로 처리되었구요.

게다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큰 핵심요소인 유머코드 말인데, 그게 거의 사라졌습니다. 죽어서도 웃기려 노력하는 마커스의 동상 머리 구르기는, 인디아나 존스의 심각한 얼굴이 그 웃음을 막아버립니다. 뱀을 잡기 무서워서 떼쓰는 인디아나 존스는 웃기지만 그의 뱀 공포증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별로 웃길 내용이 아닙니다. 생긴걸로 봐선 웃길 맥도 전혀 웃기지 않습니다. 옥슬리 교수도 그저 3번 떨어진다고 말해서 나중에 그게 폭포였다라는 거 외엔 재미가 없습니다. 그외엔 코믹 캐릭터가 없죠. 인디아나 존스의 유명한 권총 장면같이 웃음을 크게 터트릴만한 장면이 없이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차거운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할 스팔코역의 케이트 아줌마는 별로 무섭지도, 별로 냉정하지도 않은 어정쩡함을 보여주더군요. 그냥 추적에는 최강이라는 정도와 소련식 말투를 참 열심히 연습했다는 정도.

예전의 클래식함을 살리려고 디지털 작업을 최소한으로 줄였다느니 뭐니 하는 홍보도 있었는데, 그것도 동의하기 어렵네요. 핵폭발 장면이나, 정글과 낭떠러지 장면, 나중에 외계인의 장면까지 전체적으로 CG의 비중은 어느 블럭버스터 못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화면도 이미 CG처리가 되서, 50년대의 느낌이 나는 부분은 일부러 살짝 바셀린을 바른듯한 회상장면 같은 느낌을 살짝 주게한다거나, 정글 부분은 좀더 풀숲의 색을 강조하고 밝고 어두움을 가미한다거나 하는 최근영화의 디지털 리터치의 느낌이 분명히 있습니다.

또 한가지…
마지막 장면은 너무 스필버그스러운거 아닙니까? 하하. 인디아나 존스가 원래 루카스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더 컸던 영화인데, 4편은 이래저래 스필버그의 냄새가 심하더군요. 많은 인물의 정신산만함이라던지, 중간중간 나오는 동물들과의 교감(?)이라던지도 그런듯 하구요. 옥슬리 교수가 다른 차원이니 우주와 우주의 틈새라느니 하면서 너무 친절히 설명하려는건 좀 옥의 티로 보입니다.

그래도 뭐…인디아나 존스가 원래 따지면서 보는 영화는 아니죠. 이래저래 따지는거 좋아하는 저도 영화 볼 당시에는 그런거 생각않고 잘도 봤습니다. 그만큼 생각할 틈 없이 진행하는 템포도 빠르고, 재미도 있고, 볼거리도 많고, 주인공들도 충분히 멋진 그런 영화입니다. 인디아나 존스 팬들은 당연히 봐야 하는건 말할것도 없고, 후속작이라도 나온다면 그 연결고리가 될테니 보시길 추천합니다. 샤이아 라보프가 인디의 중절모를 쓸려던 찰나에 인디가 도로 빼앗아 버렸기 때문에 후속작의 주인공이 누구일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요.

디지털의 발전이 살려낸 고전, 베오울프 (Beowulf, 2007)

최근의 영화는 디지털 기술 없이는 만들어 낼수가 없다. 시나리오부터 촬영, 편집, 상영까지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들이 사용된다. 특히 3D그래픽과 특수효과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재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던 반지의 제왕의 거대한 전쟁도 무난히 표현하게 되었다. 반지의 제왕의 10만명이 나오는 전쟁장면에서 실제 배우는 2,3천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나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 배우가 필요없는 영화가 나오게 될것이라고 예상하곤 했다. 그러나 실사영화에 특정 인물이나 괴물을 3D로 넣은 영화는 성공했지만, 완전한 3D 캐릭터가 실사 인물을 교체한 영화는 실패했다. 현실과 지나치게 닮은 3D캐릭터는 약간의 어색함이 사람들에게 더 큰 거부감을 일으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도는 계속되었는데 그 절정이 바로 “베오울프”이다.

베오울프는 풀3D 애니매이션이지만 무척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실사 영화처럼 보인다. 모션캡춰 수준이 무척 높으며, 특히 표정 연기까지 살린 점이 주효했다. 영화 내용상 인간끼리의 갈등을 표현해야 하므로 표정연기는 필수였다. 영상 자체도 기술자랑적인 면보다는 자연스러운 영상에 주력했고, 액션장면도 매트릭스같은 초인적인 액션보다는 적당함을 유지했다. 칼이 녹아버리거나 용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3D로서의 장점도 살리긴 했지만 말이다. 가장 중요한건 홍보인데, 3D애니매이션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자랑하지 않고 일반 영화인척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덕분에  3D에대해 눈썰미 없는 관객을 일반 영화인줄 알기도 했단다. 중간중간 베오울프가 좀 오버액션할때 빼곤 참 대단히 현실감 있는 그래픽이더라. (특히 안젤리나 졸리의 누드가….ㅎㅎ)

베오울프는 고대 영국의 영웅시에서 비롯되었고 여러번 영화화 되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 다른 시도를 했는데, 바로 베오울프의 부정을 통해 3가지 전투를 하나로 묶은것이다. 원래 베오울프 영웅시의 3가지 전투중 앞의 두가지는 그렌델과 그렌델의 어미를 죽이는 것이라 연결이 되지만, 마지막 용은 좀 동떨어진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그렌델의 어미를 죽였다는 내용을 그녀와 베오울프의 결탁으로 바꾸면서, 용의 습격도 바로 그 부정의 산물로 표현했다. 흐로드가르가 그렌델의 공격을 받지 않은것도 영웅시에서처럼 신의 가호보다는 흐로드가르가 그렌델의 아버지라는 암시로 풀어간다. 그 결과 단순히 초인적인 전투능력과 자기 이름을 외치는 배짱만 있는 베오울프는 인간적인 약점이 있는 현대의 영웅이 되었다. 베오울프 자신도 마지막 출정에서 왕비에게 자신을 평범한 인간으로 봐달라고 한다. 베오울프 제작진이 가장 바라던게 그거 아니었을까?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3D 애니가 아닌 영화로서 보는 사람에게는 너무 평이한 내용과 액션이 아닐까 싶다. 멀고먼 지구 반대쪽 나라의 천몇백년전 이야기이고, 영웅담으로서의 비장함은 300이나 글라디애이터에서 충분히 봤을테고, 액션은 요즘 영화들은 날고 기니까 말이다.

베오울프 원작 :
http://en.wikipedia.org/wiki/Beowulf
http://ko.wikipedia.org/wiki/베오울프
네이버 영화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7236

벡실 (ベクシル 2077日本鎖?, Vexille, 2007)


언제나 그렇듯, 포스터의 카피들은 내용과 별로 관련 없습니다. -_-

3D 애니매이션 벡실을 봤습니다. 애플시드애플시드 엑스마키나를 만든 곳에서 두 작품 사이에 발표한 애니죠.

역시 애플시드 3D 시리즈처럼 액션과 영상미는 화려합니다. 다양한 아머 슈츠나 로봇들의 싸움, 적기지 쳐들어가기 등은 정말 멋집니다. 각종 디자인이나 디스플레이 화면도 분위기 있구요.

하지만 그 뿐입니다. 일본을 쇄국이 가능하게 한 레이스라는 기술이나 금속의 회오리인 재그(이거 금속이라는거 빼고 딱 듄의 샌드웜입니다. 적을 공격하는데 이용하려는 것마저 비슷.)나 원거리 생체반응체크는 어떻게 가능한지는 둘째치고라도, 스토리 중간중간 개연성이 너무 부족합니다. 마리아의 부하들은 그 들어가기도 힘든 쇄국망을 어떻게 나와서 돌아다녔는지, 어째서 마리아는 다이와중공업이 언제 뭘하려는지도 다 알고 있는지, 스워드들은 겨우 마크나 지우고 신분이 숨겨지길 기대하는지, 어떻게 틀킬수 있었는지, 무슨 이익이 있다고 일본의 산과 강까지 다 없애고 사막으로 만들었는지, 인간의 마지막 조각이 없어졌다고 왜 좀비같이 변화되는지, 키사라기는 도대체 목적이 무엇인지, 완벽한 앤드로이드를 만들려 했다면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이 과연 효율적인 실험인지..등등, 설명이 되는게 하나도 없어요. 설명이 안되고 스케일만 크다보니 일본 내부가 보인다던가 하는 충격적인 장면에서 그냥 벙찌기만 할뿐 놀랍거나 멋지질 않는…그런 느낌입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그냥 주인공이 거기 있고, 가다보니 누구 나오고 그렇게 흘러가요. 대체 3각관계는 뭐하러 설정한거야?

주제는….초록색 빛나는 주사는 조심하자?(농담) 인간성을 남겨두자? 음… 넘어가죠. 한 5번은 푹 고아야 우러날까 말까한 주제입니다.

3D 배우들의 모습이나 연기도 좀 그래요. 주인공 벡실과 남친 레온은 전형적인 ‘일본인 or 일본인 스러운 서양인’이죠. 그건 뭐 주인공들급이니 넘어간다 칩시다. 그런데 다른 아군들의 인종도 어딘가 다들 애매해요. 분명 스워드팀은 미국같은데 일본어 대사에 맞춰서 입모양이나 행동 하는 것도 어딘가 일본인들 같은 모습들입니다. 연기도 모션캡춰의 한계이겠지만 다들 같은 사람 같아요. 정작 도쿄의 일본인들은 주변 분위기 때문인지, 좀더 현실적인 얼굴때문인지, 일본인이 아닌 동남아 사람들 같이 보이더군요.

그냥 3D애니나 SF 좋아하시고, 한번보고 즐기고 망각하는거 잘하는 분들에게 추천.

ps. 일본 애니에서, 절박한 상황에서 하는 최종 짓거리는, 왜 항상 적 보스를 향해 가미가제 돌격인가?

참고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6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