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2015)

사춘기 청소년의 내면과 갈등을 작품에 표현하는 방법은 많이 있겠지만, 그걸 전체관람가가 가능한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방법은…바로 이 인사이드 아웃 뿐 아니었을까? 싶은 애니메이션이다. 우리 몸의 장기나 마음을 의인화해서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학습만화나 여러 매체에서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그 것만으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다니,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그리고 보는 사람을 울리고 웃긴다. 빙봉의 희생이나 슬픔의 중요성을 깨닫는 장면 등, 여러 감동이 있다. 웃기는 장면은 백 개는 될 듯 하다. 특히 머리속 감정의 세상은 가상의 공간이라 마음껏 만화적 연출이 가능해서, 많은 재미 거리를 보여준다.

부모라면 꼭 봐야하는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애니메이션의 줄거리가 라일리의 마음이라는 것이 라일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더 생각하고 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라일리 부모의 마음속을 보여주는 것이 또 다른 재미 ㅋㅋㅋㅋㅋ

미루고 미루다 구글 무비에서 대여해서 봤는데, 가족들이 다시 보고 싶다고 하는 애니라서 아예 구매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더빙 수준은 꽤 괜찮은 편이지만 구매는 되도록 자막판을 구매하고 싶은데.

ps. 우리 따님이 빙봉의 노래를 외우고 다닌다….

마이 리틀 자이언트 (The BFG, 2016)

오랫만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후크가 연상되는 동심 가득한 영화를 만들었다. 한편의 동화를 그대로 고해상도화 시켜 옮긴 듯한 영화이다.

스케일이 크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고(특히 영국 여왕이 그렇게 군대를 다룬다는 점을 보면 ㅋ), 어른들이 보기엔 유치하지만, 정말 동화적으로 모든 것을 잘 묘사해 놨다. (그 와중에 등장하는 군인들의 무기나 헬기 기종으로 영화의 시대 배경이나 추측하려는 나는 썩은 듯) 3D그래픽이 과도하게 들어갔지만, 거인의 모션캡춰나 표정 처리도 괜찮고, 동화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다. 넷플릭스에 한국어 더빙도 같이 서비스 중이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듯 하다.

그런데 뭔가 마케팅을 잘 못 한 듯한 영화다. 원작의 이름인 BFG는 주인공이 친한 거인을 부르는 애칭인데, 그걸 ‘마이 리틀 자이언트’라고 옮겨 놓은건 뭔가 이상하다. 게다가 등장하는 곳이 고작 런던의 작은 동네+궁전+자이언트 섬 정도인데 ‘세상은 더 거대해진다’라고 뭔가 스케일이 큰 모험 같이 설명하지 않나. 그래서 그런지 스필버그 답지 않게 망해 버린 듯.

하지만 요즘 같이 거대한 스케일과 아크로바틱한 액션만 난무하는 영화계에 이런 소소한 재미를 주는 영화가 있다는 건 다행이다.

배우들은 저메인 클레먼트와 레베카 홀, 퍼넬러피 윌턴은 알겠는데…나머진 잘 모르겠다. 장르만 좀 바뀌면 배우들을 별로 모르는 거 보니, 내 영화 식성이 역시 편식이 심한 듯.

ps. 원작 동화가 있는 걸로 아는데 안봐서 재현도는 잘 모르겠다.

ps. 스필버그가 디즈니와 같이 만든 유일한 작품 아닐까 싶다. 그런데 디즈니와 앰블린 말고도 여러 회사로고가 영화 처음에 지겹게 나옴.

ps. 7살 따님은 거인 나오자 마자 무섭다고 안보네…

공각기동대 신극장판(攻殻機動隊 新劇場版, 2015)

공각기동대 신극장판은 “공각기동대 ARISE” 시리즈를 마무리, 요약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그래서 스토리, 설정이 공각기동대 ARISE에서 이어지며 공안9과가 창설되는 과정을 다룬다.

그리고 원작 만화의 시작이 바로 공안9과 창설이기 때문에, 절묘하게 원작만화의 시작부분을 오마쥬하며 끝을 낸다. 원작 만화 팬들에게는 큰 선물일 듯.

그 외에는 좀 애매한 작품이다. 일단 공각기동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해도 프리퀄인 공각기동대 ARISE를 보지 않으면 많은 부분이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다. 봤다고 해도 공각기동대 ARISE에서 바뀐 설정(캐릭터의 성격이 다르거나, 독자적인 악당 캐릭터와 배경 등)이 기존 시리즈와 많이 다르다. 아무리 고스트니 의체니 중얼중얼 거려봐야 ‘내 공각기동대는 이렇지 않아’라는 느낌이 여기저기 느껴지는 수준.

기본적인 스토리도 왜 저 캐릭터가 저런 짓을 했는지 당위성이 없다. 매번 할 수 있으니까 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건 악당 범죄자도 그렇고, 주인공의 조력자도 그렇다. 인형사 떡밥을 좀 깔아 놓는 것 같지만 그 외에는 없다. 좋은 소재를 인물과 스토리에서 받쳐주지 못하고 ‘멋지지?’ 하며 소모하는 느낌이다.

역시 공각기동대 ARISE 시리즈와는 나는 안 맞는다.

낙원추방(楽園追放, 2014)

꽤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신인류, 구인류, 인간의 정의,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척하지만 왠지 깊지 못한 고민, 로봇을 타고 싸우는 미소녀, 멋진 남자 주인공, 과거에 대한 로망…을 잘 엮고, 마지막에 결전을 벌이다 대파된 로봇을 배경으로 똥폼 잡기. 그리고 어색한 3D 카툰 렌더링까지.

그렇지만 오랫만에 재미있게 봤다. 나름 해피 엔딩인데다가, 유쾌한 AI가 나오는 SF라서 그런 듯. 전투 장면 연출도 괜찮았고,  전형적인 소재지만 적당히 밸런스가 맞았던 듯 하다.

단점 부분은 결점이 없는 남자 주인공(왠지 클린트 이스트우드 젊은 시절 닮았다). 능글 맞지만 능력 있고, 잘 싸우고, 잘 쏘고, 추리도 잘한다. 주인공들의 여정이 이 사람이 그냥 맘대로 진행하며 이루어진다. 이 사람의 캐릭터를 좀더 깊게 연출 한다거나, 스토리 진행을 좀 다르게 하면 어땠을 까 싶다.

어색하다고 했지만 3D 카툰 렌더링 수준이 나쁜건 아니다. 어색한 점이 자주 눈에 띄어서 그렇지. 2D 셀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잘 섞거나, 싸우는 여성 캐릭터의 몸매나 귀여움을 표시하는 데는 성공적이기도 하다. (애초에 이게 제일 큰 제작 목적이었을 지도 ㅋㅋㅋ)

ps. 모든 의식을 데이터화 해도, 메모리 제한 때문에 결국 배분되는 자원이 제한된다니…한심한 미래로다.  하긴 개인의 데이터가 작을 리는 없으니.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 시즌1 후기

결론은 역시 불만족 스럽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주제는 ‘스타플릿의 이상을 지키는 것’이지만, 내용을 보면 스타플릿이 결국 적을 막기 위해 대량학살을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은 달라진게 없다. 협박하는 역할을 여자 클링곤에게 떠넘겼을 뿐. 그래놓고 이상을 지켜냈다고 훈장 나눠주고 있다.  모성에 폭탄 하나 심었다고 협박해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클링곤? 이라는 것도 어이 없는 설정.

SF로의 참신함도 균사망을 통한 순간이동이라는 것 뿐이다. (그마저도 너무 만능으로 써먹힌다) 그 외의 소재는 대부분 다른 SF나 이전의 스타 트렉 재탕이다.

배우들의 연기나 특수효과는 나쁘지 않지만, 너무 과한 분장으로 외계인들이 표정이 없다.  클링온이 죄다 클링온어만 쓰는 것도 좋은 시도이긴 하지만, 애초에 어색한 외계어를 발음하느라고 연기가 제대로 안되는 듯한 느낌이다. 언어에 별로 감정이 안실린다. 게다가 특수 분장 덕에 표정도 안변하니 말하는 로봇 갖다 놓은 느낌으로 연기한다. 클링온이 제대로 클링온 다울 때는 몸 싸움 할 때 뿐이다.

이야기 전개도 매번 ‘얘는 알고보니 다른 놈이었다’ 식의 반전을 써서 식상하다.   로르카 선장도, 타일러도, 미러 유니버스의 스타메츠도 매번 그런식으로 정체가 밝혀지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너무 우려 먹는 듯.

또한 각각의 캐릭터를 살리면서, 그 캐릭터들이 팀으로의 결속하는 것이 매력이던 스타 트렉이, 로르카 선장이 흑막이어서 탈락하다 보니 이전과 같은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더그 존스가 선장의 역할을 대신하고는 있지만, 역시 브리지 크루들의 개별 에피소드가 없어서 부족하다.

이번 스타 트렉은 그냥 선장이 아닌 흑인 여성과 아시아인 여성이 주역이라는 점 정도가  특징일 뿐,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게 흘러가 버렸다.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 (Scott Pilgrim vs. the World, 2010)

에드거 라이트의 병맛 영화. 원작 만화는 안봐서 잘 재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화와 게임 느낌을 섞어서 최대한 병맛을 내고 있다. 병맛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영화.

넷플릭스에 있음.

워낙 병맛 영화라 미처 생각 못했지만 출연진들이 쟁쟁하다.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야 워낙 미모로 유명하고,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에 캡틴 마블(브리 라슨)에 전직 슈퍼맨(브랜던 라우스)도 나온다. 크리스 에반스와 브랜던 라우스는 정말 슈퍼수퍼 왕재수 캐릭터로 나온다. 보다보면 남여주인공이 더 재수 없긴 하지만.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 1997)

넷플릭스에 있길래 마눌님과 같이 감상. 대학생 때 이 영화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 있고, 쥬라기 공원의 주인공이 나온다며 엄청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SF공포물이라는 생소한 장르라 주변에서 아무도 안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 봐도 좀 애매하긴 하다. 독특하고 어두운 우주선 디자인과 인테리어, 기괴하게 죽어가는 승무원들, 다른 차원을 통과하는 초광속 운행이 사실은 지옥을 통과하는 것이었다는 설정 등 독창적인 면이 많지만, 거기서 끝. 캐릭터들도 전형적이고 결론이나 공포도 전형적이다. 공포영화에서 흔하게 범하는 ‘아이디어는 정말 좋은데 그걸 잘 못 살린’ 케이스라 할 수 있겟다. 그래도 이 영화는 후에 많은 SF영화나 게임에 영향을 주었다나.

배우는 유명한 샘 닐과 로렌스 피쉬번. 주연 뿐 아니라 조연들도 아직 참 잘 생겼던 시절. 제이슨 아이작스도 젊어서 흡혈귀 같은 매력이 있다. ㅎㅎ

 

마션 (The Martian, 2015)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조연 배우들, 인터스텔라 조연 배우들이 무더기로 출연하는 SF판 캐스트 어웨이 영화.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신년 이벤트로 500원에 대여해서 봤다.

원작 소설이 워낙 치밀하게 고증을 해놔서 SF로서의 장점도 많고, 재미도 있는 영화였다.

인터스텔라에서 혼자 떨어져 외로움에 민폐를 끼치는 박사역을 했던 멧 데이먼이 또 비슷한 역을 한다. 이번에는 악의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매니아들이 보면 재미있는 요소들이 정말 많은 영화. 특히 숀 빈이 있는데서 반지의 제왕 엘론드의 비밀 회의 드립을 칠 때 정말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ㅋㅋㅋㅋㅋ 숀 빈이 안 죽는 반전도 대단하고…;

예전 같으면 원작 소설부터 대뜸 사서 읽고 이 영화를 봤을텐데, 요즘은 책을 별로 못 봐서, 사놓고 못 본 책들이 한가득이다. 큰일이야.

ps. 붉은색, 주황색, 황토색 투성이인 화성에서 우주복을 왜 주황색으로 했을까. 실제라면 눈에 띄는 파랑이나 보라색계열로 해야 하지 않나. 지구에서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때문에 눈에 띄게 주황색을 구조용으로 사용하듯이.

코코 (COCO, 2017)

지난 주말에 따님과 함께 극장 관람.

죽음과 조상, 가족에 대해 무섭지 않고 밝게 묘사한 좋은 작품이었다. (6살 따님은 헥터가 죽을 뻔 하는 장면에서 무서워 했지만)

멕시코 문화는 잘 모르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보기에 편견없이 잘 각색 된 것 같고, 받아들이기 수월했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매번 좀 뻔하거나 데우스 오브 마키나 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훌륭.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저승에 대한 인식과 제사 등의 문화가 있으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기도. (그래봐야 달빛궁궐 정도 겠지만)

ps.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라는 단편을 틀어주는데, 20분 정도지만 노래가 잔뜩 나온다.

안나 성우 박지윤씨가 노래 실력이 더 늘었는지 더 테크닉하게 불러서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지긴 하는데(작품속 시기상은 원작에서 불과 몇개월 후니까) 노래도 좋고, 그래픽도 좋고, 올라프의 개그도 괜찮았던 듯. ‘열기’단편과 비슷하게 좀 정신 없지만.

자투라: 스페이스 어드벤쳐(Zathura: A Space Adventure, 2005)

쥬만지의 우주버전 짝퉁 영화. 벌칙만 잔뜩 있고 한번 하면 중간에 취소 못하는 보드 게임이라는 소재는 거의 같은데 스릴이든 아이디어든 재미든 쥬만지보다는 못 하다.

쥬만지와 다른 점은 일단 배경이 되는 집이 우주로 가고, 집안에서 액션이 벌어진다는 점, 도와주는 어른이 결국 미래의 주인공이었다는 것. 그리고 보드 게임이 가끔 벌칙 아닌 보상도 있다는 것 정도. 보드 게임에서 나오는게 로봇이나 파충류 외계인인데…일부러인지 상당히 아동극 스럽게 유치하다.

넷플릭스에 있길래 봤는데, 생각해보니 2006년인가? TV에서 방영하는 걸 본 기억이 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인공들의 누나로 나오는데, 당시엔 모르는 배우인데다 영화가 별로 재미 없어서 ‘꽤 예쁜 누나가 나오네’ 라는 기억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