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블비 (Bumblebee, 2018)

사춘기 소녀버전 ET. 그런데 외계인이 트랜스포머 범블비인 영화.

기존 빵빵 터트리기만 하고 복잡한 변신을 해대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와는 차별적인 영화이다. 인간 주인공을 위한 드라마가 제대로 있고, 트랜스포머 주인공도 하나라 제대로 집중이 된다. 트랜스포머 디자인도 기괴하고 복잡하기 보다는 좀 더 만화적이고 친근하다.

주인공 역의 헤일리 스타인펠드는 아빠를 잃고 방황하는 10대 소녀를 잘 연기했다. 주변 캐릭터들은 너무 가볍긴 한데 딱히 나쁘진 않았다. 액션은 기존 트랜스포머 만큼 많지는 않지만 액션 연출 자체는 괜찮았다. 범블비가 부족한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자동차로 변신해 가속한 뒤에 그걸로 공격한다던지 좀더 지능적이고 트랜스포머의 특성을 살리는 싸움을 한다는 점도 좋았다.

다만 약간 유치한 만화적인 진행이 많은데, 완전히 붙잡힌 상황에 적의 미사일을 뜯어서 적에게 박아 넣어 죽인다거나, 주인공 범블비는 수없이 치명상을 입는데 매번 회복된다거나(전기 충격으로 죽은 범블비를 되살리고, 물에 빠진 범블비에게 헤엄쳐 가자 범블비가 눈을 뜨고)하는 것들이 눈에 거슬린다.

어째튼 볼거리만 더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적절히 덜어낸 영화도 좋은 듯.

내 평가는 별 4개.

사탄의 베이비시터 (The Babysitter, 2017)

사마라 위빙의 매력을 알기 좋은 영화. 넷플릭스에서 감상.

영화 자체는 공포물+나홀로 집이 기본 틀이다. 여기에 어린 소년의 첫사랑 대상인 미모의 베이비시터(사마라 위빙)이 악의 근원이라는 참신한 설정. 그 베이비시터가 그럴만도 한게, 섹시하지, 귀엽지, 게다가 온갖 영화와 SF 설정을 다 알고 있어서 너드 소년과 말이 척척 통한다 ㅋ 그만큼 그녀의 실체가 드러나자 크 충격은 ㅋㅋㅋ

이 영화의 대부분의 죽음은 소년의 도망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이 때 미리 깔아놨던 떡밥을 회수하는 솜씨도 훌륭. 여러모로 공포+코메디+소프트한 19금+피의 향연인 영화. 질질 끌지 않는 짧은 러닝 타임까지. 볼만한 영화다.

내 평점은 별 4개반.

ps. 최고의 우주선 승무원들 조합에서 주인공의 말에 너무 공감. 데이터 소령이 당연히 있어야지.

익스트랙션(Extraction, 2020)

넷플릭스에 이번에 나온 액션영화.

자식을 잃고 삶의 의미까지 잃은 용병 크리스 햄스워스가 납치된 마약왕 아들을 구출하는 임무를 맡게 되고, 자신을 희생해 가며 그 소년을 구한다는 내용. 뻔하고 형식적인 내용이다. 그다지 공감되기도 어렵고.

이 영화의 중심은 액션이다. 스피디 하고 잘 짜여진 액션이 무척 재미있다. 주인공 크리스 햄스워스의 덩치를 이용해 마치 토르처럼 육탄전을 보여주는 장면도 좋고, 빠르게 총기를 쏘면서 적을 뚫고 가는 장면도 좋다. 같은 급의 특수부대 출신과 1:1도 볼만한 장면이고 차량 추격전은 그야말로 백미다. 액션들이 워낙 좋아서 캐릭터 설정이나 아이 납치극은 그냥 액션을 위한 양념일 뿐.

다만 후반부는 마약조직과 결탁한 비리 대령 때문에 군과 경찰의 대원들이 주인공들에게 학살을 당하다보니, 좀 그렇기도 하다. 한 100여명은 죽은 듯. 방글라데시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그쪽 사람들이 안좋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극장에 걸렸어도 중간은 갔을 영화를 넷플릭스가 돈들여 만들어 보여주는 것 정말 좋다. 내 평점은 별 3.5개

악녀 (2017)

니키타 + 킬빌 + 하드코어 헨리 + 김옥빈.

어디서 본 듯한 장면과 소재로 도배가 되어 있는 영화이다. 특히 니키타와 킬빌이 연상되는 경우가 많다. 김옥빈과 액션 몇가지 볼거리 빼면 시체인 영화.

그나마 액션도 어딘가 ‘치열하게 싸운다’ 보다는 연극배우들이 때리고 맞는 순서를 정해 놓고 싸우는 느낌이 강하다. 한국 영화에서 잘 사용하지 않던 소재와 구성이라 그런지 몰라도 아주 어색하다.

내용도 몰입하기에는 옛날 홍콩 느와르 처럼 유치한 환타지를 걸치고 서 있다. 보는 내내 오글거림.

내 평점은 김옥빈이 나오니 별 2개. 한국판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다운사이징(Downsizing, 2017)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지 예정이라 본 작품. 사람을 작게 줄이는 영화는 꽤 있지만, 그로 인한 사회변화를 다룬 작품은 이게 최초인 듯.

문제는 아이디어는 좋은데 뭔소리를 하려는 건지 통 모르겠다. 지구환경의 위기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건 결국 그건 상관없이 이야기가 흘러가고, 결국은 지하로 도피하는 걸 취소하고 나서야 주인공이 자리를 찾아간다. 다양한 인간들을 묘사하는 것도 좋지만 딱히 그게 주제 같지는 않다. 주제를 모르겠으니 결국 아이디어가 신선했던 초반만 좀 재미있고 후반은 별로.

주인공은 평범한 백인 남성인데, 이기적이지를 못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지구를 망칠 정도로 이기적이고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주인공만 그렇지 못하고 불행한 일상이다. 웬일로 자신이 관심 갖던 다운사이징을 하려고 했는데 그래서 이혼 당했다. 남의 주관대로만 끌려다니던 주인공이 결국 약간의 이기심을 택하여 행복해지는 그런 결말이다. 소심하고, 소소한 것 외에는 이기적이지 못하고, 환경이나 과학기술 같은 거창한 것을 보면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남자들은 주인공에게 공감가는 것이 많을 듯.

내 평점은 별 2개. 그 소재를 뭐하러 쓴거냐. 차라리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추천. 크리스틴 위그도 거기서는 더 매력적으로 나왔다.

솔트 (Salt, 2010)

본 아이덴티티와 미션 임파서블의 중간 어딘가 있는 스파이 액션 영화.

다만 그 영화들의 주인공의 특출함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신형 액션이었다면, 이건 여러모로 클래식한 느낌이다. 기본 설정 자체가 80년대에나 먹힐법한 음모론이라 그런건지, 연출이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과 추격전이 있는 전반부는 개성은 없어도 나름 재미는 있지만 뒤로 갈 수록 너무 뻔하게 다음 장면이 보이는 영화가 되어 간다. 반전을 넣었다지만 어딘가 많이 본 내용들 같고, 어딘가 유치하고… 마지막은 말도 안되는 ‘정의를 위해 진범이 아닌 것 같은 용의자 놔주기’…음..대통령까지 죽은 마당에?

게다가 안젤리나 졸리의 행동이 여러모로 이해가 안되는 점도 있다. 양쪽을 속여야 했다지만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했나? 싶기도 하는 장면도 있고, 남편이 죽임 당하니 그때서야 빡쳐서 복수하나 싶기도 하다.

어째튼 애매하고 재미있다가 만 영화. 안젤리나 졸리가 없었다면 망작이었을 듯. 내 평가는 별 2개 반.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 2006)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감상.

이 영화가 개봉 할 때 엄청나게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오래전에 애를 못 낳아 인류가 멸망해 가는 것에 대한 비슷한 내용의 꿈을 꾼 적이 있어서. 개꿈이지만.

여러 암울한 사회 현상을 패러디하고 예측한 내용이 들어 있는 영화이다. 그런 상황에서 인류가 2세를 낳지 못하는 와중에 한 아기가 태어나고, 그로 인한 주인공의 희생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의 연출은 핸드헬드 카메라나 원테이크등 여러 기법을 사용해서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차로 도망가는 부분은 여러모로 주인공 버프가 심한 느낌이 들어서 다른 영화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아이를 알게 된 군인들이 쳐다보며 길을 비켜주는 부분.

주인공인 클라이브 오웬의 연기도 좋고, 줄리안 무어와 마이클 케인은 왠지 이전에서 비슷한 역을 연기한 걸 본 것 같은 친숙함이 있다. 추이텔 에지오포도 협력자였다가 배신자였던 것이 다른 영화에서랑 비슷하다.

세상이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 쯤은 볼 영화.

내 평가는 별 4개.

게임 오버(Game Over, Man!, 2018)

유치한 화장실 개그 영화. 특정 분야에만 천재이고 나머지는 더맨더머 수준인 세 명의 주인공들이 다이하드 처럼 빌딩을 습격한 테러리스트와 나홀로 집에를 찍는 내용이다. 직접적으로 다이하드 언급도 나오고, 나홀로 집에에 출연한 대니얼 스턴도 나온다.

이런 영화가 그렇듯이 말도 안되는 줄거리와 순전히 운으로 적을 이기는 모습이 나온다. 웃기는 수준은 좀 애매하다. 병맛도 충분하고 아이디어는 좋은데 왠지 크게 웃기지는 않는다.

딱히 볼 필요 없는 영화.

별 1.5개

후드 (Robin Hood, 2018)

의적 로빈후드와 2010년작 리들리 스콧의 로빈후드를 섞어서 퓨전사극식으로 리메이크 하려고 한 듯 한 영화. 특히 도와주는 흑인역인 제이미 폭스의 얼굴 분장을 보면 의적 로빈후드의 모건 프리먼과 같다. 제이미 폭스가 동료라기 보다 스승과 같이 행동한다는 점은 태런 에저튼의 전작인 킹스맨이 연상되는 부분.

넷플릭스에 있길래 봤는데, 많이 실망했다.

현대전의 요소를 도입해서 십자군 원정을 묘사한다거나, 의복등 많은 부분을 현대적으로 묘사한다거나, 마차 추격전을 차량 추격전 처럼 묘사하는 등, 퓨전 사극적인 면은 나름 신선했지만 그게 너무 심하다. 이건 현대도 아니고 중세도 아니고 이상한 제3의 행성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영화에 유머도 없고, 로멘스도 그냥 좀 지나가는 이야기 수준. 양념이 없는데 원래의 요리도 한식인지 중식인지 정체모를 음식 같은 영화이다.

심지어 악당인 벤 멘델슨도 다른 영화에서 익히 봐왔던 모습으로 똑같이 연기한다. 야심은 있지만 어설퍼서 주인공에게 당하는 중간관리직 악당.

즉, 어색하고 재미없고, 새롭지만 식상하다.

내 평점은 별 2개.

의적 로빈후드 (Robin Hood : Prince of Thieves, 1991)

로빈 후드에 대한 영화는 많지만, 제일 재미있는 것이라면 역시 이거다. 넷플릭스에 있길래 다시 감상.

스토리는 전형적인 로빈 후드 영화이다. 십자군 원정 다녀온 주인공이 로빈 후드가 되어 폭정을 하는 높은 놈과 싸우며 도둑질하는 내용. 거기에 로멘스 추가, 우정과 의리 추가, 유머 대량 추가, 액션 추가… 흥행할 만한 내용은 다 집어넣고도 연출이 꼬이지 않은 대단한 영화이다. 이런 연출능력을 가진 감독이 다음 작품은…

특히 유머 부분은 이 영화의 진수인데, 정말 5분 단위로 웃긴 장면이나 대사가 나오는 영화이다. 왠만한 개그 영화보다 더 많이 웃긴 것을 시도하고 비꼬는 유머도 상당해서 30년이 지난 요즘 봐도 재미있고,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유명한 배우들도 많이 나온다. 케빈 코스트너는 말 할 것도 없고, 나는 모건 프리먼을 이 때 처음 알게 되었다. 비꼬는 유머는 대부분 모건 프리먼이 담당하고 있다. 메리언 역의 메리 엘리자베스 마스트란토니오는 어비스에서 보던 강인하고 똑똑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투력이 안될 때는 찔끔찔금 악당을 괴롭혀 가며 주인공을 도와주는 것이 대박. ㅋㅋㅋ 악역의 알란 릭맨은 다이하드 처럼 지능캐는 아니지만 나름 밸런스 맞는 악역을 보여준다. 적당히 매력도 있고, 적당히 추악하고, 적당히 잔인하달까. 조연인 크리스찬 슬레이터도 괜찮고, 카메오 수준이지만 숀 코너리도 나온다.

옛날 영화라 못 보신 분들은 꼭 한번 보기를. 90년대 영화 중 재미만 따지면 터미네이터2에 이어 2위에 올려도 뭐라 할 사람 많지 않을 영화다.